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중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의 중국 판매 방안을 모색했다. 현대차는 침체에 빠진 중국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친환경’차 중심 사업재편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18일 중국 현지관계자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정 수석부회장은 베이징을 방문해 합작사의 최대주주인 베이징시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수소전기차 넥쏘를 소개하고 관련 기술을 시연했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넥쏘의 차별화된 수소전기차 관련 기술을 설명하고 중국 판매에 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기업인 홍치 등도 수소전기차(FCEV)를 생산하지만 일부 기술 표준이 달라 판매한다면 수입 판매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연료탱크 등을 수입해 중국에서 조립 생산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수석부회장은 베이징현대 본사에서 현지 생산·판매를 비롯한 사업 전략 등을 점검했다. 특히 중국 사업을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중국 내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판매 부진을 타개할 전환점을 친환경차 판매에 두고 있다. 중국 정부도 환경 규제를 강화하며 현지 합작 완성차업체에 올해 내로 전체 생산량의 10%를 친환경차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반기 중국 자동차 소매 판매량은 831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가량 줄었다. 하지만 친환경차는 42만7,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5만2,000대)보다 20% 이상 늘었다. 현대차 역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베이징현대의 올해 6월 말 기준 판매량은 27만6,000여대로 지난해 상반기(38만여대)보다 10만대 이상 감소했다.
현대차는 올해 초부터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모델을 중국 시장에 대거 내놓으면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링둥(한국명 아반떼 AD) PHEV와 엔씨노(한국명 코나) 전기차(EV)가 조만간 공식 판매될 것으로 보이며 최근에는 중국 전략 차량인 라페스타의 순수전기차 모델이 중국 공업화신식부의 신차 공시 목록에 포함되면서 올해 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라페스타 EV는 중국 내에서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페스타는 스포츠 세단으로 중국 내 젊은 층에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매달 꾸준히 7,000대 안팎을 판매,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새로 선보인 라페스타 EV는 닝더스다이(CATL)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1회 충전으로 500㎞를 달릴 수 있는 주행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정 수석부회장은 합작사인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현재 가동이 중단된 베이징 1공장의 활용 방안, 중국 공장의 생산 재배치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1공장은 5월 공장 주변 환경 문제와 현대차의 중국 내 과잉 공급 우려로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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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현대차는 기존 베이징 1공장에서 생산하던 내연기관 차량 물량의 일부는 충칭 공장으로 이전했으며 이 때문에 충칭 공장의 가동률도 최근 소폭 상승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베이징현대의 친환경 라인업이 늘어난 만큼 기존 공장을 친환경차량 생산 시설로 바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4월 중국 법인의 증자를 결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거지역 중심에 있는 베이징 공장을 친환경차 생산 기지로 돌리고 창저우 공장과 충칭 공장을 내연기관 생산 기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며 “친환경차 라인업을 늘린 만큼 재배치 작업도 뒤따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정 수석부회장은 1박 2일의 짧은 중국 출장을 마친 뒤 18일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양궁 프레올림픽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이동했다. 양궁 프레올림픽 일정을 마친 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 내 부품·소재 공급 체인을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부품소재 국산화율은 90%를 훌쩍 넘어선 상태지만 탄소섬유 등 일부 첨단소재의 경우 일본에서 공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차와 수소차 동맹을 맺고 있는 도요타 등 일본 기업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예상된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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