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최근 일본이 무역보복의 일환으로 한국을 수출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움직임을 보이자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하고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일본이 예정대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경우 당장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는 제품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쓰이는 ‘바이러스 필터’다.
바이러스 필터는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할 때 바이러스와 같은 불순물을 걸러주는 필수 소재 중 하나다. 일본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체에 투약하는 바이오의약품의 제조에 쓰이는 소재인 만큼 상당한 기술력을 요구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른 업체는 일본산 바이러스 필터 수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유럽산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삼성바이오는 선택지가 없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전문기업인 탓에 고객사가 사전에 정한 부품과 소재를 제조공정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셀트리온은 일본산이 아닌 바이러스 필터를 채택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러스 필터는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핵심 소재 중 하나”라며 “현재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면 현재 평균 2~3주 정도 걸리는 공급기간이 최소 3개월 이상으로 늘어나 생산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 수장의 구속 위기에 일본의 무역보복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삼성바이오가 창사 이래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를 둘러싼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K바이오’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도 덩달아 추락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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