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남북관계만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분야도 없을 것이지만, 예측 가능성과 별개로 통일의 필요성·중요성은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개성공단 폐쇄에 따라 많은 분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법률적으로 풀어나갈지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이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신한반도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협력과제: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일환 동국대학교 연구교수는 “한국은 미국이나 북한처럼 단순하게 국가이익을 주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국제관계에서의 중요한 플레이어이자 특수한 민족관계를 동반한 북한과 국제관계를 같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역할이 굉장히 어렵고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정상화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인 ‘한국역할론’을 재고해야 한다며, 북미대화의 촉진기, 완성기로 견인하는 촉매수단으로써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남북교류는 북한의 정상국가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유엔 안보리 및 미국 대북제재의 예외 혹은 면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지난 2016년 2월 이뤄진 개성공단 폐쇄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정 회장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은 헌법이나 관련된 법에 의거한 것이 아니라 당시 대통령의 일종의 통치권 행사였기 때문에, 법적 대리인인 법무공단도 이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안심하고 개성에 가서 기업활동만 하면 된다는 보장 아래에서 투자했으나 당시 박근혜 정부는 하루아침에 개성공단을 폐쇄했다”고 비판했다.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의 WMD전용설과 개성에 주재하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조치였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 회장은 “개성공단이 열려 있는 기간 동안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 일이 없었던 만큼 이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임금 문제의 경우도 근거도 불명확하고 증거자료도 없으며 확인되지 않은 것임이 2017년 12월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개성공단 폐쇄의 불법성을 지적하면서 입주기업들이 입은 손해를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오면 입주기업들은 받은 보험금을 다시 반환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을 국민들은 모르고 있다”며 “국민들은 이미 개성공단 기업들이 배상을 받았다고 잘못 알고 있는데 개성공단 기업들의 심각한 재산상태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의 안정성이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우리 기업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동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여겼지만, 실제 결과는 우리 내부에서의 법치 파괴가 지금 개성공단의 상황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며 “개성공단의 법적 안정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개성공단 폐쇄의 불법성을 우리 사회가 명백하게 인식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준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광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변호사는 “북미 간의 불신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전면적이고 대규모적인 경협은 이후에 이뤄지더라도 비핵화 협상과 함께 남북경협이나 교류협력이 진행될 때만 문제가 풀릴 수 있다”며 “현재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개성공단에서 지급하는 임금이 핵무기에 전용될지 여부인데, 현물을 주거나 현금을 나중에 주는 방식 등의 내용을 지금 북한과 협상하는 것은 어떤 대북제재에도 위반되지 않는 만큼 지금 당장 협상에 나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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