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자동차에는 현지에서 만든 엔진을 장착하기로 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비준을 앞두고 미국 내 생산 자동차 부품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자 확대 요청을 받아들인 조처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미국 앨라배마 엔진공장에서 최근 개발한 신형 엔진인 연속가변밸브듀레이션(CVVD) 엔진을 직접 생산하기로 하고 이를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신형 쏘나타에 장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국내에서 생산한 엔진을 미국으로 들여와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장착해 판매했다.
CVVD 엔진은 엔진 작동 조건에 따라 흡기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조절해 연비와 주행 성능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현대차가 4,000억원의 투자비를 들여 개발한 최신 엔진이다.
현대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려고 하는 것은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강조한 권역 본부 중심의 자율경영체제 확립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권역별로 독립된 생산·판매·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능동적이고 즉각적으로 현지 시장 상황에 대처하는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엔진을 현지에서 생산하려는 것은 현대차의 기존 계획 중 하나”라며 “현지 생산 차량에는 현지에서 만든 엔진이 탑재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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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준을 앞둔 USMCA도 엔진의 현지 생산을 결정하게 된 이유로 꼽힌다. USMCA가 적용되면 미국 내 자동차 부품 사용 비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방한 때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요구한 만큼 이에 대한 화답의 성격으로도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한 엔진을 미국으로 수송해와 조립 생산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도 불리하다”며 “미국 시장을 더욱 확대하려고 움직이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생산의 완전한 현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의 문제점으로 꼽혔던 변속 지연과 충격을 해소할 수 있는 ‘능동변속제어(ASC)’ 기술을 개발해 곧 나올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에 적용하기로 했다. ASC는 하이브리드차의 주행모터를 활용해 자동변속기를 초당 500회씩 초정밀 제어함으로써 기존보다 30% 빠른 변속을 가능하는 기술이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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