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소재의 핵심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최근 1년 반 사이에 절반 이하로 폭락하며 업계에서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따른 ‘치킨게임’이 1년 이상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얼마만큼 견딜만한 체력을 갖췄는지가 사업 지속 여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태양광 보급 확대에만 힘을 쏟지 말고 산업의 근간인 폴리실리콘 및 태양광 업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시장조사업체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폴리실리콘 1kg당 가격은 8.12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폴리실리콘 가격이 1kg당 17.7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가격 하락추세가 가파르다. 특히 지난해 5월 중국 정부의 태양광 보조금 축소 정책 발표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15.14달러에서 12.21달러로 폭락한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0달러대가 무너졌다. 지난 2월 8달러대까지 내려 앉은 이후에도 꾸준히 우하향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 연말에는 7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추산 폴리실리콘 생산시 손익분기점(BEP)점이 13~14달러라는 점에서 만들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다.
태양광 산업 생태계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진다. 폴리실리콘 덩어리인 잉곳을 잘라 웨이퍼를 만들고 이를 통해 태양전지와 최종제품인 모듈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같은 가격 하에서는 ‘태양광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폴리실리콘 제조사들이 사업철수를 검토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실제 국내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OCI(010060)는 지난해 4·4분기 432억원의, 올 1·4분기에는 401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올 2·4분기에도 2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우려된다. 시황이 그나마 괜찮았던 지난해 1·4분기에 1,0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지난 연말에는 3년만의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OCI 또한 대비를 하고 있다. 전기료 및 인건비가 저렴한 말레이시아 공장을 증설하고 고순도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2022년까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5,000톤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지만 향후 수년간의 치킨게임을 버틸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여타 태양광 산업 생태계 또한 위기다. 국내 유일의 태양광 잉곳·웨이퍼 제조사인 웅진에너지는 지난 5월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글로벌 1위 태양광 모듈 업체인 한화(000880)큐셀 또한 중국 업체를 대상으로 미국 등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중국업체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같은 태양광 시황 악화는 중국의 물량 공세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태양광 신규 공장 건립시 3년가량 법인세를 면제해주며 설비 보조금 일부 지원 및 세금 환급 정책을 병행해 중국 업체의 원가 경쟁력은 한국 업체 대비 크게 높다. 반면 국내 대기업이 태양광 사업에 나설 경우 세액 공제율이 1%에 불과한데다 전기요금 부담도 중국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과 같은 태양광 기초 제품 가격 추이가 수년간 유지될 경우 결국 중국 업체가 최종 승자가 돼 관련 시장을 독식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전기료 감면이나 각종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관련 수출 규제에서 보듯이 핵심 소재와 관련한 높은 해외 의존도는 언제든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재생 에너지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독일 등의 경우처럼 전기료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폴리실리콘 원가의 30%를 전기료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가격 구조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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