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와의 전쟁은 치열하게, 신성장 산업 투자는 과감하게.”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지난 1년을 요약한 말이다. 최 회장은 포스코 역사상 최초의 비(非)엔지니어·내부 출신 수장이다. 지난 1983년 포항종합제철 입사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재무 라인에 몸담았고 그중에서도 원가 관리 업무를 오래 담당했다. 그런 만큼 포스코 안팎에서 최 회장의 1년은 원가(비용) 절감에 힘을 쏟은 시기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은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져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시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2차전지 소재 등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에는 과감했다. 특히 포스코의 미래를 책임질 소재산업에 대한 투자는 남들보다 한발 빨리 움직였다.
21일 포스코에 따르면 최 회장은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최 회장이 지난해 제9대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일각에서는 “철강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현장 근무 경험이 적고 엔지니어가 아니어서 철강 제품 자체에 대한 세세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나는 ‘철강’ 전문가가 아니라 ‘철강업’ 전문가”라고 반박해왔다. 원료 구매부터 제품 생산, 재고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원가 관리 부서에 오래 근무했다는 자부심이었다.
최 회장의 지난 1년은 역시 ‘원가와의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선 원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다. 올 1월 말 브라질 댐 붕괴와 3월 말 서호주 사이클론의 영향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톤당 72.2달러(중국 도착 호주산 분광 기준)였던 철광석 값은 이달 19일 118.6달러로 치솟았다. 약 7개월 만에 64% 넘게 뛰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주원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사는 데 약 10조9,800억원을 썼는데 올 1·4분기에는 3조원을 썼다. 철광석 가격 상승 폭이 급격히 커지며 실적 전망도 어둡다. 포스코의 올해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전년동기 대비 11.21% 감소한 1조1,119억원, 매출은 1.28% 증가한 16조2,899억원으로 추정됐다. 원자재 가격은 오르지만 조선, 자동차 등 연관산업의 부진으로 가격전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실적 부진에 장기를 살려 원가 절감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장의 제품 생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비용이 ‘타깃’이다. 판·매관리비 등 고정비용을 절감해 비용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포스코는 2017년 1조8,186억원을 판매관리비로 썼는데 지난해는 1조1,217억원으로 줄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과 자산도 정리했다. 지난해 합성천연가스(SNG) 사업을 중단했고 올 1·4분기에는 압축연속주조압(CEM) 공장을 멈췄다. 각각 약 8,700억원, 660억원의 회계상 손상차손이 인식됐지만 적자가 계속되는 것보다는 정리가 낫다고 판단했다. 순천 마그네슘 판재 공장 매각도 고민 중이다. 이 경우 마그네슘 사업도 13년 만에 정리하게 된다. 한 철강 전문가는 “그동안 포스코가 철강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투자해온 사업을 최 회장 취임 이후 중단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그렇지 않아도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재무통인 최 회장이 적자가 이어지는 사업을 두고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2차전지 소재 등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에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와 과감한 결단을 이어갔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2,191억원을 투자해 연산 2만4,000톤 규모의 양극재 설비 증설을 시작했다. 40kwh급 전기차 배터리 30만개에 공급할 수 있는 분량이다. 최 회장은 2030년까지 포스코케미칼에 10조원을 투자해 2차전지 소재에서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2조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취임 2년 차에 접어드는 최 회장은 수요산업 부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환경 규제 등의 악재를 극복해야 한다. 노동조합과의 관계 설정 문제도 잠재적인 리스크로 꼽힌다. 90년대 말 이후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던 포스코에 지난해 20여 년 만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지회가 각각 생겼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교섭 대표 노조 지위를 획득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임 회장의 사퇴로 회장직에 오르면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시간이 아직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2년 차부터는 최 회장의 경영이 직접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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