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회사에서 ‘독한 여자’였어요. 아이가 있어도 한 달 넘게 해외출장도 다녀오고. 하지만 그런 일을 수년간 군말 없이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워킹맘의) 스탠다드가 돼 오히려 후배들에게 ‘마녀’ 같은 존재가 돼 있더군요.”
김희정(43·사진) 째깍악어 대표는 22일 서울경제와 만나 창업 이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리바이스와 존슨앤드존슨, 매일유업 등 굵직한 기업들에서 마케터로 근무할 때 어린 아이를 믿고 맡길 ‘누군가’를 찾는 일의 어려움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워킹맘은 아주 사소한 일들이 계기가 돼 일터에서의 삶을 고민하게 되죠. 아이를 보낼 보육기관이나 시터가 없어서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시간 사이를 엮어줄 ‘엄마의 역할’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 무너지더라고요.”
그 빈틈을 채워주기 위해 선보인 서비스가 바로 아이돌봄 서비스 ‘째깍악어’다. 창업 초기에는 영유아의 보육기관 스케줄과 대학생 스케줄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돌봄이 필요한 아이와 대학생 시터를 연결해줬다. 이후에는 돌봄에 전문성을 지닌 보육교사 자격증 소유자까지 선생님의 폭을 넓히면서 돌봄의 수준을 한층 높였다.
돌봄이 필요한 부모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원하는 돌봄 날짜와 장소, 아이의 성격 등을 입력하면 해당 지역에 갈 수 있는 돌봄선생님(악어선생님)이 지원서를 넣는다. 부모는 자신에게 도착한 지원서 가운데 선생님의 소개서 등을 살펴보고 결정하는 구조다. 믿을 만한 이를 추천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2016년 서비스를 내놓은 후 3만여건의 돌봄을 성사시켰다.
김 대표는 “째깍악어는 ‘선생님’을 까다롭게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가입한 1만7,000여명의 선생님 가입자들 가운데 2,100명만 신원조회, 면접과 사전교육 등을 모두 거쳐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 협조 아래 성범죄 이력 등도 확인한다.
째깍악어는 올 여름부터 돌봄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정으로 째깍악어가 찾아가 돌봄을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밖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달 중순 코엑스에서 열린 ‘제43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유교전)’에서 진행된 무료 돌봄 서비스는 ‘오프라인 진출’을 위한 첫 단추였다. 째깍악어는 유교전 관람을 원하는 부모를 위해 사전예약만 하면 박람회장 내 째깍악어 부스에서 무료로 아이를 돌봤다. 아이들은 째깍섬 창의놀이터라는 콘셉트의 공간 안에서 또래 아이들, 돌봄선생님과 어울려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째깍악어는 올 하반기 쇼핑몰 입점도 목표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마음 편하게 외식 한번, 영화관람 한번 하기 어려웠던 부모를 위한 오프라인 돌봄 거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존의 키즈카페는 아이들이 ‘노는 곳’이었지 ‘(누군가가) 놀아주는 곳’이 아니었다”며 “째깍악어 플래그십 스토어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돌봄 선생님과 놀면서 또래 아이들과도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 한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여러 차례 파일럿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최근에는 SK,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해양환경공단 등에 돌봄선생님을 파견해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놀이와 학습 돌봄을 제공하며 가정 내 보육과는 결이 다른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김 대표는 육아 연차권 콘셉트의 상품도 새롭게 내놓았다. 그는 ‘째깍악어 기프트카드’를 꺼내들며 “부모에게 육아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콘셉트로 상품권처럼 주고받을 수 있는 기프트카드를 마련했다”며 “맛있는 커피 한잔과 사색하는 시간, 승진을 위해 일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 그런 일상을 부모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