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동창과 맥줏집에 갔다. 첫 잔은 공짜라고 한다. 친구는 수제 맥줏집에서 월정액을 내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와이셔츠와 호텔 수건을 정기적으로 배송받아서 사용하는 집들도 생기고 있다. 소위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가 우리 생활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전형적인 구독은 신문이나 우유를 구독하는 것이라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구독경제는 차원이 다르다. 효용성을 극대화하면서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넷플릭스’는 구독 서비스의 대명사다. 전 세계 1억5,000만명의 구독 소비자는 월정액 9,500원을 내고 영화·드라마를 무제한으로 다운받아 시청하고 회사에서는 시청자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추천한다.
구독경제가 최근 거대한 경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디지털화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만든 주오라 창업자인 티엔 추오는 2019년 샌프라시스코에서 열린 구독경제 강연에서 자신의 언더아머 신발에 부착된 센서를 보여주며 오늘 529㎉를 소비했다면서, 앞으로 모든 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돼 데이터를 생산할 것이고 고객과 상호작용을 유도해 수많은 구독경제를 창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소비 주도권이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저성장 경제를 살면서 소유보다는 경험을 더 중시하는 소비자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인 취향을 중시하는 개성적인 소비자에게 구독경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 밀레니얼 소비자의 최고 숭배 브랜드인 ‘애플’은 이번 여름부터 18년간 유지했던 콘텐츠 판매 애플리케이션 ‘아이튠스(iTunes)’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애플 뮤직’·‘애플 TV’·‘애플 팟캐스트’ 등 구독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애플의 변화는 ‘소유의 시대’가 저물고 ‘사용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준다.
소유는 비효율적인 비용을 발생시킨다. 자동차의 경우 실제 주행시간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보험료·감가상각비 등 관련 고정비용은 매우 큰 편이다. 이에 반해 구독 비즈니스 모델은 정액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으면서 소비자의 가격장벽을 낮출 수 있다. 다양한 프리미엄 카를 소유하지 않고 빌려 타는 구독서비스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독경제 창시기업 주오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구독 기반 기업은 미국 평균 소매기업 매출증가보다 5배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대기업은 물론 신생 스타트업도 커피·양말·밀키트 등 품목에서 구독 서비스 창업을 시작하고 있다. 엄청난 마진을 남기는 히트상품을 만드는 것은 이제 낡은 비즈니스 모델이며 구독자를 모아서 반복적 매출을 만드는 구독경제 모델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성장판으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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