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e커머스 업체인 쿠팡에서 24일 모든 상품의 주문·판매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시간이 곧 생명과도 같은 e커머스 업계에서 자체 기술적 결함에 따른 주문불능 사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4년 새 매출이 10배 넘게 늘어날 정도로 외형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쿠팡의 시스템 투자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일본계 자금의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쿠팡이 일본산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가운데 주문불능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주문불능 사태=쿠팡은 이날 오전7시께부터 4시간여 동안 판매 중인 모든 상품의 주문이 중단됐다. 쿠팡 측은 오후1시가 넘어서야 보도자료를 통해 “장애 원인은 쿠팡의 재고 데이터베이스와 관련된 기술적 문제로 밝혀졌다”며 “고객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발표했다. 이후 쿠팡은 오후5시쯤 사실상 대부분 복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이 이용하는 홈페이지에는 어떠한 사과문이나 안내문도 게재하지 않았다. 고객 최모(32)씨는 “오후가 되도록 쿠팡 홈페이지에 아무런 공지글이 올라오지 않아 답답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계에서는 사건 발생부터 대응까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상품이나 카테고리의 주문 먹통이 있을 수는 있어도 이렇게 홈페이지 전체가 전면 중단된 것은 처음”이라며 “사태를 파악한 뒤 바로 홈페이지 공지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상황을 해명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불어난 몸집 뒷받침 못 하는 시스템=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0% 이상 늘어난 4조4,228억원. 지난 2014년(3,485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년 만에 10배 넘게 급증한 수치다. 이처럼 외형은 커졌지만 정작 그에 걸맞지 않은 주문·판매 시스템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시스템 물류창고에서 재고 등을 확인하는 설정값에 오류가 났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쿠팡의 인기 요인이기도 한 ‘원클릭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e커머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쿠팡의 매출은 수직상승하는 데 반해 천문학적인 비용 투자가 필요한 정보기술(IT)·물류 등 인프라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업계의 예상보다 파악과 복구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이미 지난해 11월에도 ‘아마존웹서비스(AWS)’ 장애로 서버가 다운된 바 있다. e커머스 관계자는 “AWS를 사용해도 해당 서비스가 다운될 경우를 대비해 보험과도 같은 ‘듀얼리비전’ 등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만 AWS 외에 어떠한 장치도 해놓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일본 기업?’…진실은=쿠팡은 최근 일본산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며 소비자들의 ‘회원탈퇴’가 줄을 잇고 있다. 쿠팡의 최대주주가 재일교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하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라는 이유에서다. SVF는 2015년에 이어 지난해 말 쿠팡의 지분 100%를 가진 지주회사 미국 쿠팡LLC에 20억달러를 투자하며 30%가 넘는 쿠팡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다만 SVF의 최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인 만큼 일본 기업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SVF는 PIF가 가장 많은 48%의 지분을 보유했고 그 뒤를 이어 소프트뱅크와 아랍에미리트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가 각각 30%, 1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일본으로 배당금이 들어간다는 소문 역시 2013년 설립 이후 쿠팡은 계속 적자를 기록 중이라 배당을 하지 않고 있어 잘못된 주장이다. /김보리·변수연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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