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택시한테 밉보이면 안 돼요. 찍히면 사업 망할 수도 있어요.”
17일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안이 발표됐던 그날 전화기 넘어 들리는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에는 절망감과 긴장감이 묻어있었다. 조금이라도 잘못 말하면 어쩌나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고 입 밖으로 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택시 눈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가득했다. 혁신과 도전 대신 생존을 위해 택시와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택시제도 개편안이 발표된 후 곳곳에서는 택시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이 이어졌다. 렌터카를 활용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운행이 제외된 것이 개편안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토부는 “택시업계의 거부가 심해 개편안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택시 업계의 ‘편’을 들었다. 국토부의 이 같은 답은 렌터카 활용이 모빌리티 혁신에 어떤 효용성을 갖는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기존 틀에 모빌리티 업계를 가두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초기 시장 진입 비용이 적기 때문에 자금 확보가 어려운 스타트업도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들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렌터카 활용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주요 발판이자 공유 경제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모빌리티 업계는 현재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해졌고 비즈니스 모델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제 차량 한 대당 더 많은 수익을 내야 한다. 업계가 이를 해결할 가장 쉬운 방법은 ‘요금 올리기’다.
정부는 이제라도 택시 업계로 향한 시선을 국민으로 돌려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편들어주기로 인한 여파가 요금 상승의 방식으로 고스란히 국민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업계·전문가·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한 부분은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하루빨리 실무논의기구를 구성해 모빌리티 업계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요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그 책임을 모빌리티 업계에만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한다면 그 대상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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