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의료기관에서 쓰이는 일회용 기저귀 중 일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는 ‘폐기물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고령화로 요양병원 등에서 쓰이는 의료폐기물이 급증하자 감염병 전파 위험이 적은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쓰레기로 분류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력과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환경부는 개정안에 감염성 질환에 걸리지 않은 환자가 사용한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쓰레기로 분류하되 의료폐기물 수거차량을 통해서만 배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또 감염병 확산에 대비해 사용한 일회용 기저귀를 낱개 비닐봉지로 포장하고 각 의료기관이 관리대장 작성을 의무화하는 방침도 포함했다.
하지만 의료폐기물 업계는 가뜩이나 의료 현장의 현실을 간과한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회용 기저귀가 감염병을 전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일선 의료기관에서 일일이 이를 분류하고 대장을 작성하려면 추가적으로 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앞서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팀이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와 함께 전국 요양병원 105곳에서 배출된 일회용 기저귀를 분석한 결과 90%를 웃도는 97곳에서 법정 감염병균과 위험군균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출된 감염병균 중에는 전염성이 높은 폐렴구균·폐렴간균·녹농균·황생포도상구균 등이 포함됐다.
김 교수는 “정부는 감염성 질환에 걸리지 않은 환자가 사용한 일회용 기저귀는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감염성 질환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법률 개정으로 일방적으로 정책을 바꿀 것이 아니라 공청회 등을 거쳐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의료폐기물 전문업체 81개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도 정부의 방침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최병운 사무국장은 “정부는 늘어나는 의료폐기물을 간소화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감염병 확산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며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임기응변식으로 제도를 바꿀 것이 아니라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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