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토스 등 핀테크 업체들의 계좌에 충전된 고객의 선불 충전금도 은행의 예·적금처럼 법률로 보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최근 간편결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객들이 결제 편의를 위해 업체에 미리 충전한 선불금만 2,800억원에 달하지만 법적인 보호 장치가 없어 업체 도산 시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중에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간편결제·송금·선불전자지급 사업 등을 영위하는 전자금융업자가 고객들에게서 받은 충전금을 은행에 별도로 예치하거나 지급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저축은행 등에 맡긴 예·적금이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보호받는 것처럼 고객들이 간편결제 등을 위해 핀테크 업체에 충전한 돈에 대해서도 법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은 기존 예금자보호 대상에 카카오페이와 같은 핀테크 업체들을 편입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이럴 경우 선불 충전금을 ‘예금’으로 인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겨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당국은 핀테크업체가 선불 충전금을 기반으로 이자나 포인트 등을 지급하는 마케팅에 대해 ‘유사수신’ 여지가 있다며 업계에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당국이 선불 충전금 보호에 나선 것은 간편결제 시장의 확대로 핀테크 업체의 미상환잔액이 크게 늘었지만 안전장치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5년이 지나 지급의무가 사라지는 미상환잔액(상법상 소멸시효 완성)에 대해서도 고객이 원할 경우 돈을 돌려주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NHN페이코 등 국내 주요 전자금융업자 계좌에 고객이 충전한 후 쓰지 않은 미상환잔액은 2,792억원으로 지난해(1,836억원)보다 52% 늘었다. 이들 업체는 미상환잔액을 임의대로 운용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적자가 지속될 경우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을 운용하려는 유혹이 커질 수 있지만 이를 제어할 법적인 장치는 없다. 부실 경영으로 회사가 도산해도 고객에게 미상환잔액을 돌려줄 의무가 없어 소비자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간편결제·송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핀테크 업체들에 쌓이는 미상환잔액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에는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 등 우리보다 앞서 전자금융업을 도입한 국가의 사례를 참조해 하반기 중 법률 개정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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