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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中충칭공장, 전기차 기지로 전환





현대자동차가 깊은 부진의 늪에 빠진 중국 사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충칭 5공장을 전기차(EV) 전진 기지로 대전환한다. 현대차(005380)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 내 자동차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중국의 친환경차 의무생산 규제마저 더해지며 중국 시장에서 코너에 몰려 있다. ★관련기사 13면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 쓰촨성 충칭 5공장에서 EV를 병행 생산하는 생산라인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엔씨노 가솔린 모델을 중심으로 내연기관 차종의 생산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EV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 출시가 예정된 라페스타 EV를 추가 투입하기 위한 생산라인 개편에도 나섰다. 오는 9월께 라페스타 EV가 생산되면 충칭 공장은 현대차 중국법인의 전기차 라인업을 생산하는 중심 공장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중국법인의 증자로 자금을 확보한 현대차가 중국에서 친환경차 생산라인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엔씨노’ 판매량 제로에…현대차, 친환경차로 핸들 돌린다

급증하는 소형EV 수요 대응차원

엔씨노·라페스타 EV 중심 생산

베이징2공장 PHEV 위주로 개편



현대자동차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 고조되던 지난 2017년 9월 충칭시 량장신구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 제5공장을 지었다. 충칭 공장에서는 소형 세단 루이나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엔씨노(한국명 코나), 라페스타가 생산되고 있다.

충칭 공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창일 때 준공된 탓에 시작부터 가동률이 급락했다. 연간 116만대에 달했던 현대차의 중국 현지 판매량은 지난해 79만대까지 추락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지난해 4월 내놓은 엔씨노(가솔린)의 활약에 대한 기대가 컸다. 엔씨노는 국내 시장 1위, 미국 시장에서 차급 5위에 이름을 올린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중국 젊은 층의 소득 증가로 2013년 21만대 규모이던 중국 소형 SUV 시장은 2017년 67만대로 급성장하는 등 환경도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엔씨노는 지난해 목표량(6만여대)의 11%인 6,593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이 급증한데다 소형 SUV 전기차(EV)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간 3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충칭 공장은 루이나 3만9,870대, 라페스타 2만3,971대 등 지난해 약 7만43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재고를 고려해 과잉생산을 했다고 가정해도 가동률이 30%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현대차는 4월 중국 법인의 증자를 단행한 후 충칭 공장을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 중심 공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가동률이 떨어지는 충칭 공장의 고정비를 줄이는 동시에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EV 모델에 집중해 미래 수요를 장악하기 위한 전략이다. 최대 3만여개의 부품이 조립되는 내연기관 차량 공정은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가동률이 약 70%를 밑돌면 적자를 보는 구조여서 판매량 확보가 중요하다. 반면 부품이 약 1만여개로 적은데다 플랫폼 위에 배터리를 얹는 전기차 생산 공정은 더 많은 자동화가 가능해 인력도 적게 든다. 현대차가 충칭 공장의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대폭 줄이고 전기차 생산을 확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연산 30만대 규모인 충칭 공장의 생산능력을 사실상 축소하는 전략이다. 우선 중국형 코나인 엔씨노는 다음달 현지에 공식 출시되는 EV 위주로 생산 체제가 바뀐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4월 중국 시장에서 엔씨노 가솔린 모델에 대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기업간거래(B2B) 형태로 2,907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이 549대인 점을 감안하면 재고 소진을 통해 달성한 판매량이다. 이후 현대차는 엔씨노의 생산을 대거 축소했다. 엔씨노 판매량은 5월 2대, 6월에는 0대까지 줄었다. 현대차는 생산량을 줄인 빈자리에서 다음달에 현지 출시될 엔씨노 EV를 대량 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현대차는 현재 중국형 쏘나타 라페스타 EV 모델 생산을 위해 대대적인 공장 설비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9월께 라페스타 생산이 시작되면 충칭 공장의 주력 차종 절반이 EV로 바뀌게 된다.

나아가 현대차는 올해 1공장이 문을 닫은 베이징 공장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생산을 늘리기 위한 대대적인 설비 개편을 단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보조금 혜택이 사라진 쏘나타(LF) 하이브리드(HEV) 모델은 3~6월에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반면 PHEV 모델의 판매량은 연초 월 30여대에서 지난달 140대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 2공장은 쏘나타 PHEV·링둥 PHEV의 생산을 늘린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 충칭 공장(내연기관+EV)과 베이징 2공장(내연기관+PHEV)은 친환경차 위주의 공정으로 재편된다. 현대차는 올해 친환경차 생산라인을 대폭 확장해 전체 판매량의 12%를 신에너지차량으로 채워야 하는 중국의 신에너지(NEV) 규제를 피하고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공정의 효율성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이달 중국 법인을 방문해 친환경·미래차를 앞세워 중장기적으로 판매량을 회복하는 현지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판매 목표를 86만대로 잡았지만 상반기 판매는 27만여대에 그쳤다. 업계는 현대차의 올해 중국 판매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22일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시장에서 무리한 판매량 확장보다는 2025년까지 중장기적으로 판매량을 연간 100만대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며 체질 개선을 통한 장기전을 예고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사드 보복 이전의 판매량을 회복하는 것은 (단기에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고급화와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친환경차에 첨단 기능을 담아 추격하는 중국 일반 브랜드와 급이 다른 점을 강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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