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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여수엑스포 주제관을 미술관으로 쓴다면?

조상인 문화레저부 차장

조상인 문화레저부 차장




“이 정도 공간이면 영국 런던의 테이트미술관도 부럽지 않겠는데요.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비교해도 전시공간으로 전혀 손색없습니다.”

동행한 전시기획자의 목소리가 휑뎅그렁한 공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최근 기자가 다녀온 전남 여수의 여수세계박람회(여수EXPO) 주제관 이야기다.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에 앞서 여수를 관광명소로 만든 것은 지난 2012년 개최된 여수엑스포다.

이 가운데 여수시 수정동에 위치한 주제관은 여수 신항 바다 위에 섬처럼 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국제 현상설계공모를 통해 133개 팀과 경쟁해 뽑힌 오스트리아 출신 건축가 귄테르 베베르 팀의 작품이다. ‘하나의 바다’라는 주제를 내세워 총건축 면적 6,000㎡(약 1,800평) 규모로 4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바다의 생명력을 상징하며 건물 외벽이 숨 쉬는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움직일 수 있는 ‘키네틱 파사드(kinetic facade)’라는 점이 특징이다. 여수엑스포의 주제였던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살려 열린 공간을 표방했고 내부 또한 물결이 흐르듯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다. 반듯한 큐브 형태의 식상한 건축물이 아닌 곡면으로 이뤄져 어느 한 군데 같은 공간이 없다는 점도 독특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 놀라운 건축물이 특별한 용도 없이 버려진 채 있다는 사실이었다. 최소한의 건물 유지·보수만 있을 뿐 활용과 이용은 전무(全無)한 채 방치된 상태다. 바로 옆 해양생물 관람시설인 아쿠아플라넷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곳은 한 해 평균 방문객이 4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여수엑스포 당시 국제관은 대관이나 전시 용도로, 주변의 스카이타워 전망대는 공원시설로 잘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공들여 지은 주제관은 빈집으로 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을 미술관으로 꾸민다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처럼 여수를 세계적 예술명소로 끌어올리기 충분하겠다”는 게 동행한 미술 관계자들의 한목소리다. 여수엑스포 개최로 인프라는 이미 확보됐다. 인근에는 대형 호텔이 해안가를 따라 지어져 있고 KTX가 닿는 여수엑스포역 주변으로는 게스트하우스와 맛집들이 즐비하다. 바로 옆에서 가동 중인 ‘빅오쇼’는 대형 워터스크린으로 최신 영상작품을 선보이기에 탁월한 여건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문화체육관광부는 ‘박물관·미술관 진흥 중장기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박물관과 미술관 186곳을 더 지어 국민 이용률을 현재의 16.5%에서 두 배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더 짓는 게’ 결코 능사는 아니다. 문화계의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유독 미술 분야의 경우 ‘전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정책 실무자들을 옥죄는 모양이다. 이왕 마련된 질 좋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모색하는 게 낫다. 여수엑스포 주제관은 정부가 소유주다. 여수에는 시립미술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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