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7월 15일인 백중(百中)은 예부터 농민들이 논에서 김매기를 마칠 무렵이다. 날씨가 무덥고 일은 고된 때인지라, 잠시 농사를 쉬고 음식과 술을 나눠 먹으며 흥겹게 놀도록 한 것이 바로 ‘백중놀이’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68호로 지정된 밀양백중놀이가 오는 8월 17~18일 양일간 경남 밀양시 남천강변에서 공개행사로 펼쳐진다. 밀양백중놀이를 가리켜 ‘논매기가 끝나고 호미를 씻어둔다’는 뜻에서 ‘호미씻’으로도 부르는데, 힘차고 개성 있는 놀이형식으로 당시 양반에 대한 상민과 천민들의 애환을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너무 덥고 힘들면 쉬어가라 했다. 국가무형문화재의 보전과 진흥을 위해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김연수)이 지원하는 국가무형문화재 공개행사가 다음 달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밀양백중놀이를 비롯한 7종목의 공개행사가 휴가철을 고려해 전국 각지의 여름 휴가지에서 선보인다.
우선 8월 5~9일 바닷바람 시원한 부산에서는 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보유자 최유현이 부산전통예술관에서 공개행사를 진행한다. 자수는 직물 위에 바늘과 오색실을 사용하여 무늬를 놓는 작업이다. 최유현 보유자가 작품전시와 함께 전통 자수기법을 시연한다. 아름답고 정교한 자수 작품 속에 담긴 장인의 정성과 인내, 전통공예의 가치를 더듬노라면 무더위도 잠시 잊힌다.
무형문화재 제 30호 가곡 보유자 조순자의 공연 ‘가곡의 시김’이 8월 9일 경남 창원시 가곡전수관에서 열린다. 가곡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시에 곡을 붙여서 관현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전통음악이다. ‘시김’이란 화려함이나 멋을 더하기 위해서 음을 꾸며내는 모양새를 뜻하는 말인데 가곡의 창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번 공연은 해설과 함께 시김을 선보여 가곡에 대한 이해를 돕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곡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여름철 더위 식혀 주는 왕골을 소재로 자리와 함 등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을 완초장이라 한다. 완초는 우리말로 왕골이라 불리는 습지식물의 명칭이다. 완초는 강화지역에서 나는 것이 부드럽고 한 줄기를 여러 개로 쪼개 촉감좋은 작품을 만들기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무형문화재 제 103호 완초장 보유자 이상재가 다음 달 16~18일 인천광역시 강화화문석문화관에서 공개행사를 펼친다. 순백색의 왕초를 한올 한올 엮어서 화려하고 정교한 무늬를 수놓은 공예품들을 보며 장인의 정성과 솜씨를 느낄 수 있다.
장엄하고 활기찬 춤사위를 느낄 수 있는 국가무형문화재 제 39호 처용무는 다음 달 18일 서울시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선보인다. 처용무는 통일신라 헌강왕(재위 875~886) 때 살던 처용이 아내를 범하려던 역신 앞에서 자신이 지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춰서 귀신을 물리쳤다는 설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궁중무용 중 유일하게 사람 형상의 가면을 쓰고 추는 춤이다. 호방하고 신비로운 춤사위로 악귀를 쫓고 평온을 기원하는 처용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무형문화재 제 16호 거문고산조 보유자 김영재는 다음 달 29일 서울시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공연한다. 거문고산조는 수수하면서도 막힘이 없는 남성적인 절제미가 돋보이는 음악이다. 웅장하고 씩씩한 가락인 우조와 애처롭고 부드러운 가락인 계면조를 적절히 섞으면 희로애락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어 8월 29일부터 9월1일까지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서는 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보유자들이 선보이는 연합공개행사가 열린다. 김현곤(편종·편경), 고흥곤(현악기), 이정기(북) 등 3명의 보유자가 참여한다. 땀과 정성을 담아 만든 다양한 종류의 국악기들과 그 제작과정까지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공개행사는 앞으로도 매월 전국 각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세부사항은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이나 한국문화재재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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