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8월2일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금융권이 피해업체에 대한 전방위 자금지원 등 긴급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반도체 등 첨단소재는 물론 전자·통신 등 광범위한 업종에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일본의 한국 배제 결정에 대비해 피해 예상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과 만기 연장, 대출 분할 상환 및 유예 등 포괄적인 자금지원 방안을 금융 당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우선 수출규제 피해 중소기업에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 경영안정특별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인정금액 범위 내에서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만기연장이나 분할 상환, 납입 기일 유예 등을 통해 상환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 우대 금리나 수수료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피해 산업의 대기업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협력기업 상생대출’ 지원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특별지원자금과 상생대출 집행 등 두 가지 지원안을 두고 금리 인하 폭이나 지원 규모, 집행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을 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당국과 협의를 마치는 대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피해 예상 기업 리스트를 작성하는 동시에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을 지원하는 기업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일본의 수출규제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최대 1%의 금리 우대혜택을 주기로 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최근의 수출 실적 감소나 지자체나 정부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경영애로센터 등을 통해 컨설팅을 받은 사실, 정책자금 지원을 통해 긴급 경영자금을 수혈한 사실 등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우대금리를 줄 방침이다. 사실상 절차를 간소화해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를 입증하지 않아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금리 우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월3일 시중은행장들과 함께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일본의 보복조치에 대한 금융권 지원대책을 확정하기로 했다. 정책금융기관은 물론 시중은행을 총동원해 피해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소재부품 관련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배정된 예산이 실제 자금이 필요해진 기업에 신속히 지원될 수 있는 방안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을 구성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데다 현재 내놓은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도 자금원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본 소재부품 수입 중단으로 인한 대기업·중견기업, 협력업체들의 피해 규모와 소재부품 산업의 육성 방안 등에 대해 산업부·중기부·과기부 등이 주도해서 정책 방향을 정하면 금융위는 기업들의 금융경색이 벌어지지 않도록 금융지원 방안 내놓을 것”이라며 “현재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이 부품산업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으로도 기업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13조5,000억원 규모의 소재부품 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 1월부터 산업은행·기업은행 등을 통해 가동 중인 10조원 규모의 ‘산업구조고도화’ 지원 프로그램, 산업은행에서 운영 중인 2조5,000억원 규모의 경제활력 제고 특별운영자금 프로그램, 1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시설투자자금 온렌딩 등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소재부품 중견·중소기업 대상으로, 우대 금리를 적용해 시설자금을 지원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회의를 계기로 일본의 수출 보복에 대응하는 상시적인 금융권 태스크포스(TF)팀 가동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일본 익스포저와 영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모색하는 TF는 없었다”며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정되면 장기전에 대비해 민관 TF팀이 가동돼 상황변화에 따른 컨틴전시(비상) 플랜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경우 추가 보복 조치가 나오거나 장기화할 경우 피해 규모를 가늠하거나 피해 업종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은영·이지윤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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