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을 국내 경쟁사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은 양극재·음극재·전해액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로 일본의 수출규제에 추가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분리막의 수출규제가 현실화 될 경우 전기차 배터리를 ‘포스트 반도체’로 육성 중인 국내 기업들의 성장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업체 간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고위 관계자는 31일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을 하고 있고 일부 기업으로부터 소송도 당했지만 분리막 공급 요청이 올 경우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와 국가적인 이익 보호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분할 설립한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통해 고품질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을 생산 중이며 관련 시장 점유율은 세계 2위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후좌우로 분리막을 늘려 얇고 균일한 두께의 제품 생산이 가능한 ‘축차연신’ 공정을 도입해 높은 수율을 자랑한다. SK이노베이션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2005년 배터리 분리막 생산라인 상업가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충북 증평공장 11개 라인에서 양산중이다. 오는 11월에는 관련 라인을 13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지난해 착공한 중국 장쑤성 창저우 공장이 내년께 상업 가동이 예정돼 있으며 폴란드 실롱스크주 공장도 조만간 착공에 들어간다. 폴란드 공장은 3억3,500만유로(약 4,300억원)가 투자돼 연간 매년 약 3억4000만㎡ 규모의 배터리 분리막을 양산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생산 능력은 올 연말 5억3,000만㎡에서 2020년 8억5,000만㎡, 2021년 12억1,000만㎡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1억㎡의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13만1,500여대에 탑재될 수 있는 규모이다. 2년뒤에는 SK이노베이션 자체 생산만으로 약 160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 분리막 공급이 가능해진다.
분리막은 배터리 성능은 물론 안전과 직결된 소재로 고품질이 보장돼야 한다. 분리막 손상으로 양극재와 음극재가 만나면 화재나 폭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현재 고품질 전기차 배터리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제한적이다. 업계에서는 고품질 분리막 제조 기술을 갖춘 업체로 SK이노베이션 외에 일본의 아사히카세이와 도레이를 꼽는다. 실제 LG화학(051910)은 도레이로부터, 삼성SDI(006400)는 아사히카세이로부터 각각 분리막을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일본 외에도 국내 중소업체 및 중국의 상해은첩 등에서 분리막을 공급받으며 도입처를 다각화하고 있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현실화 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 교도통신 산하 인터넷 언론인 NNA는 “한국과 일본간 분리막 경쟁이 심해지고 있으며 일본의 한국향 수출규제가 분리막까지 확대될 경우 삼성SDI와 LG화학은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 분리막 제조 업체들은 한국 배터리 업체 물량 수주 가능성에 들 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상해은첩 외에 선전 시니어 테크놀로지, 상하이 에너지 등이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중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 된다면 국내 업체들이 협력과 상생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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