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모델인 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뒷면을 보면 해·달·별의 운행과 위치를 측정하던 혼천의와 오늘날의 광학망원경이 있다. 그 바탕에는 조선 태조 때 고구려의 천문도(天文圖)를 표본으로 삼아 오차를 고친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이 깔려 있다. 이 하늘 지도는 가로 122.8㎝, 세로 200.9㎝, 두께 11.8㎝의 흑요석에 새겨져 있는데 중국의 ‘순우천문도’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천문도로 꼽힌다.
세종 시절 천문학자인 이순지는 김담 등과 함께 15세기 세계 최고 역법인 칠정산(七政算)을 펴내며 해와 달은 물론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의 운행을 측정했다. 그때 지구 공전 시간을 365일5시간48분45초라고 계산했는데 현실보다 단 1초밖에 빠르지 않은 놀라운 성과로 평가된다.
이처럼 하늘은 우리에게 오래전부터 연구의 대상이자 동경과 숭앙의 근원이었다. 그리스·로마 신화 등 동서고금을 망라해 별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어려서 시골에서 밤하늘을 보면 별이 아주 촘촘히 박혀 있는데 마치 쏟아질 것처럼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최근 시골 마당에서 밤하늘을 쳐다보니 옛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 별이 총총했다. 소나기가 내린 뒤 하늘이 청명해 별도 잘 보이는 듯했다. 문득 저 별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인지 궁금증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우선 태블릿 PC를 꺼내 별자리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사방팔방을 올려다 보니 화면을 통해 무수히 많은 별자리 모양과 이름이 나왔다. 동물의 모습이나 신화 속의 사람과 연관된 게 많았다. 북두칠성 중 맨 아래쪽 별 두 개를 일직선으로 연결하니 오른쪽에 북극성이 보였다. 가장 빛나는 별은 의외로 북극성이 아니고 목성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다시 별을 보니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한참을 자전해 별의 위치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남쪽이나 북쪽에 있던 별자리 모두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과학 유튜버로 활동 중인 이승권 일산양일중 과학교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해 별자리도 봄에는 사자자리, 여름은 백조자리, 가을은 페가수스자리, 겨울은 오리온자리처럼 대표 별자리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에서 별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붙박이별)을 말한다. 지구는 물론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천왕성·명왕성 등 행성은 태양처럼 항성이 없으면 빛과 열을 받을 수 없다. 달 등 행성의 위성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행성·위성·혜성 등은 별이 아닌 셈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흔히 지구별이라고 표현하는데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어떨까. 최초로 지구 상공의 우주궤도를 108분간 돌고 귀환한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1961년 4월 우주발사기지와의 교신을 통해 “지평선이 보인다. 하늘은 검고 지구 둘레에 아름다운 푸른색 섬광이 비친다”고 전했다. 사방이 어둠인 우주에서 지구가 푸른빛을 띤다고 처음 보고한 것이다.
지구와 달리 항성(별)은 가장 흔하고 제일 가벼운 수소가 타 빛과 열을 스스로 낸다. 우주공간의 기체와 먼지로 구성된 성간물질(Interstellar Medium)이 성운(별 구름)을 만드는데 수소가 많이 뭉쳐 밀도가 높고 온도가 낮을수록 별이 되기 쉽다. 수소가 점차 헬륨으로 변하며 핵융합 반응이 진행되는데 바깥쪽은 계속 팽창하지만 중심부는 되레 수축된다. 이어 일정한 주기로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다 중심부의 압축현상이 심화되면 폭발(초신성)하게 된다. 초신성 폭발은 삼국사기·고려사·조선왕조실록에 각각 관측기록이 있는데 중국이나 아랍에도 기록이 남아 있다. 초신성은 중심의 헬륨이 철로 변한 후 폭발하게 되는데 질량이 큰 별만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변한다. 질량이 작은 별은 성운을 만들며 서서히 껍질을 잃게 돼 마지막에 백색왜성이 된다.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은 “성운에서 수소가 밀집돼 1,000만도가 넘으면 타들어 가면서 별이 만들어진다”며 “핵융합 반응으로 수소 핵이 무거운 헬륨으로 변하는 과정은 수소폭탄의 폭발 원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태양계에서 항성은 태양 하나인데 은하계는 약 1,000억개의 항성으로 이뤄져 있다. 우주(universe·宇宙)에는 이런 은하계가 약 1,000억개가 있으니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 가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우주 탄생을 보면 약 137억년 전에 하나의 점이 엄청난 폭발을 하며 형성됐다는 빅뱅 이론이 대세다. 우주는 지금까지도 계속 팽창하고 있는데 현재 약 130억광년 떨어진 은하가 관측되고 있다. 이 빛은 약 137억년 전에 떠난 빛(1광년 9조4,608㎞×137억)이라 실제 우주의 길이와 넓이는 훨씬 더 커졌다. 사람의 마음을 소우주라고 하는데 우주는 73%가 암흑 에너지이고 27%가 물질인데 정확히 알려진 것은 일부 물질(4%)에 불과하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할까.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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