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독사의 어금니를 모사해 고분자 약물 등을 피부 안으로 15초 이내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액상약물 전달 패치를 고안했다고 31일 한국연구재단이 밝혔다.
배원규 숭실대 교수와 정훈의 UNIST 교수 공동 연구팀은 피부 장벽(각질조직)을 뚫고 압력으로 약물을 밀어 넣는 기존 실린지 주사 대신 거부감이 적고 통증이 완화된 붙이는 패치 형태의 액상약물 전달방식을 제안했다.
그동안 주사기에 대한 거부감과 통증을 줄일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 패치가 나왔으나 액상약물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효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의 고체화 과정이 필요한 게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연구진은 큰 압력 없이 가볍게 패치를 눌러 붙임으로써 수 초 내에 액상약물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단서는 독을 밀어 넣는 압력기관이 없음에도 수 초 만에 먹이의 피부 안쪽으로 독을 전달하는 뒤어금니독사(Rear-fanged Snake)에서 얻었다. 아주 미세한 홈이 있는 어금니가 피부 표면에 미세한 홈을 만들고 그 홈을 따라 모세관 현상에 의해 아무런 외력 없이 독이 침투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어금니 모사 구조체 100여개를 배열한 엄지 크기의 스탬프형 약물전달 패치를 제작하고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 결과 머리카락 굵기 두세 배 길이의 어금니 모사 구조체 하나하나가 각각 실린지 주사기와 같은 기능을 했다. 마우스와 기니피그 모델에 해당 패치를 부착해 특별한 외력 없이 5초 만에 백신과 유효성분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배 교수는 “액체약물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큰 바늘과 높은 압력으로부터 기인하는 거부감이나 통증을 극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성과는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셔널 메디슨에 8월1일(한국시간)자 표지로 게재됐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