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지출을 바라보는 경제 전문가들의 시선에는 우려가 가득하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와 더딘 연금개혁, 통일 비용 등 미래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이슈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확장 일로인 재정지출과 달리 세금 수입은 이미 둔화하고 있다.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세수 여건 내에서 재정을 늘리거나 오히려 보수적으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확장 재정에 공감하는 전문가들도 현금성 복지지출이나 공공부문 비대화처럼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출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 본지가 경제전문가 1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우리나라 재정운용방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9.6%(40명)는 ‘확장적 재정운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세입 내에서 세출을 조정해 ‘균형 재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1.7%(32명)였고 ‘보수적 운용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28.7%(29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경기 여건을 고려할 때 재정이 과거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하지만 국채 발행이나 증세를 통해 전체 예산을 늘리기보다는 무분별한 지출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재정 낭비가 많다”거나 “정부지출이 오히려 민간 구축을 심화한다”는 이유로 보수적 재정 운용이 우리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탈원전’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정책과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급격한 실업급여 확대 등을 두고 “비용 부담을 간과한 그간의 정책은 재원 조달이 지속 가능한 구조로 바꿔야 한다”거나 “국민적 합의가 충분히 모이지 않은 결정들로 인해 미래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전문가들도 상당수는 “재정지출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응답자는 “생산적 투자를 한다는 전제하에서 확장적 운용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처럼 복지지출, 즉 소비 위주의 확대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응답자들도 “성장력 제고 분야를 선별해 집행해야 한다”거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생산적 부문에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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