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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갈등 풀려면 정상회담 추진" 53% "'1+1+정부안' 마련해야" 39%

[서경펠로·전문가 창간설문]

'1+1'에 정부 '피해자 구제 노력' 추가 투트랙 전략을

WTO 등 통상 법적대응...국제사회 여론전·공조도 필요

"예산·세제지원 늘려 부품소재 경쟁력 강화 기회로" 70%





일본 정부가 반도체 주요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한국으로의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하반기 우리 경기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탓이다. 일본 정부 각의에서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정령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이달 하순부터 1,100여개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할 경우 건별 허가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후 한 달이 흘렀지만 우리 정부는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경제 펠로(자문단)와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과 ‘강 대 강’ 구도로 부딪히기보다 대화의 물꼬를 트고 중재안을 내놓는 것이 시급하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세제 및 예산 지원을 강화하고 노동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로 기업이 국내 부품·소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나설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1일 서울경제가 창간 59주년을 맞아 서경 펠로와 경제전문가 1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2.5%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거나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단기간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교 협상을 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설문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대응책을 묻자 “부품 국산화나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시간을 끌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치·외교적 물밑 교섭 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대답했다.

문제는 일본의 태도다.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일본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에도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결국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38.6%의 응답자가 ‘1+1(양국기업의 자발적 위로금 지급) 안에 우리 정부의 피해자 구제 노력을 더한 투트랙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답한 것도 같은 차원에서다. 우리 정부는 배상금을 일본 기업과 청구권 자금으로 설립된 한국 기업들이 분담하는 ‘1+1안’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가 거부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제시안에 더해 배상이 확정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들의 경우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 내용을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셈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통상법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과 ‘여론전 등 국제사회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답도 각각 14.9%, 12.9%였다. 한 전문가는 “일본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국제 여론 홍보전을 펼치는 동시에 수출규제 품목의 대체 수입처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또 다른 전문가 역시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오래간다면 국제사회 여론전에서 한국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의 현재 원칙대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을 일본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답변은 3%에 머물렀다. ‘보복 조치로 수출규제에 맞대응해야 한다’는 1%에 그쳤다. 우리가 일본과 전면전을 펼치게 되면 일본 입장에서도 손해를 보지만 우리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탓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로 반도체 업계 등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지만 도리어 이를 기회로 삼아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한 방안을 두고 70%가 넘는 응답자는 ‘세제(36.6%)’와 ‘예산(33.7%)’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주 52시간 특례 예외 등 노동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26.7%에 달했다.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만 위기를 기회로 승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어 ‘국가주도의 산업발전 청사진 제시’라는 응답은 20.8%였고, ‘환경규제 해소(17.8%)’와 ‘시장에 위임(10.9%)’ 등의 순이었다. 한 전문가는 “정부의 반도체 업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표명과 함께 현 단계의 모든 감사 및 조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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