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1일 밤늦게까지 여야의 힘겨루기로 막차에 올라타는 데 진통을 겪었다. 어렵사리 여야가 추경에 합의했지만 경제 활성화의 ‘골든타임’을 놓친데다 일본 수출규제까지 덮쳐 경제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경은 계류기간만 98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늦을 대로 늦은 추경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결정을 하루 앞두고 떠밀리듯 합의한 정치권을 향해 여론의 따가운 질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날 오후2시로 예정된 본회의를 오후4시로 한 차례 미룬 이후 다시 오후8시로 한 번 더 미뤘지만 자정이 넘어서까지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일본 수출규제 피해 지원으로 추가된 예산 2,731억5,000만원을 수용하면서 ‘외풍’에 초당적인 힘을 보태는 데는 합의를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도 이날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 및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의 독도 영공 침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규탄하는 내용의 ‘동북아시아 역내 안정 위협 행위 중단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외통위가 지난달 22일 채택한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과 함께 2건의 결의안에 여야는 한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 중 한 의원은 “여야 모두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부담이 커 큰 틀에서 추경을 통과시킨다는 데는 일찌감치 합의했다”며 “전날 간사회의를 통해 추경안에 포함된 사업별 심사를 대부분 마쳤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본 대응 추경 2,731억원을 제외한 당초 추경 총액 6조7,000억원의 감액 규모를 두고 여야의 입장 차가 벌어지면서 발생했다. 원안을 고수하는 민주당과 달리 한국당은 일자리 사업을 줄이고 적자 국채 발행액을 축소하기 위해 총액을 4조원대로 대폭 삭감하자고 맞섰다. 막판까지도 정쟁으로 추경이 얼룩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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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제시했지만 추경 통과 시 기대되는 0.1%포인트 상승분을 반영한 수치였다. 추경이 제출된 지 3개월을 훌쩍 넘겨버린 현 시점에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가 대부분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에도 대응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대응 추경에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 상용화 테스트 장비 구축과 생산력 확충 등이 배정돼 있지만 추경이 실제 집행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파행과 공전을 거듭하다가 꼭 닥쳐서야 차수를 변경하고 안건을 처리하는 오래된 관행을 되풀이해 죄송하다”고 했고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회가 보여준 모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송종호·김인엽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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