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에 이은 잇단 신약 임상 실패로 제약·바이오주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가뜩이나 제약·바이오주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 신라젠의 신약 ‘펙사벡’이 임상 중단 위기를 맞은 대형 악재까지 겹치며 코스닥시장 전반으로 악재가 확산됐다. 증권가는 향후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신라젠은 2일 개장 전 미국 의약품 평가 기업 IDMC로부터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중단을 권고받았다고 공시했다. 놀란 투자자들은 개장과 함께 투매에 나섰고 신라젠 주가는 하한가로 추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미국 전문기업의 이번 결정으로 임상을 통한 펙사벡의 상업화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라젠은 기술·성장성을 평가하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지난 2016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사업보고서 기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도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의 현행 규정에 따르면 아무리 실적이 악화되더라도 오는 2022년까지는 상장폐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상 유일한 대표 신약 펙사벡의 임상 실패로 추가 주가 하락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신라젠 관련 대형 악재에 하반기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둔 헬릭스미스(-5.77%), 메지온(-3.58%)의 주가도 하락하는 등 불똥이 튀었다. 유가증권시장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도 4.11%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대거 차지한 바이오주의 약세 영향에 크게 출렁였다.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하락폭을 줄여 1.05% 내린 615.70에 마감했다.
반등도 결국 신약의 성과에 달렸다. 올해 9월 발표 예정인 코스닥 시총 3위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중간 결과가 성공적이라면 바이오주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셀트리온을 포함해 전반적인 제약·바이오주의 밸류에이션이 높아 하반기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경우 실적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좋겠지만 현재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만한 실적 성장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신약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 주가는 헬릭스미스 임상 결과 발표가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나면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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