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정성 높은 투자상품으로 빠르게 발길을 돌리고 있다. 현장의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증시의 약세로 급하게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당분간 현금보유 비중을 늘리거나 채권 등에 투자하며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는 전략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채권을 비롯한 전통적 안전자산뿐만 아니라 실물 담보를 지닌 부동산 펀드, 손실 위험이 적은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투심이 쏠리는 대표 상품은 채권이다. 채권은 올해 들어 시장이 불안정성이 부각하자 ‘강자’로 자리 매김을 굳건히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에프앤가이드의 집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에 1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유입됐다. 이런 탓에 국고채 금리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국고채 외에 은행채 등에도 관심이 높아진다. 은행들이 발행하는 영구채(신종자본증권)는 일반 기업의 회사채보다 신용도가 높지만 금리는 큰 차이가 없어 매력이 높아졌다. 같은 금리라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을 선택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김재광 DB금융투자 부장은 “현재 시판 중인 BBB+ 등급의 회사채 금리가 3% 수준으로 내려왔다”면서 “은행채도 금리가 3% 수준인 반면 신용등급은 AA 이상인 것이 많다”고 말했다.
대출채권이나 매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구조화 자산의 수요도 많다. 강남권에 위치한 한 증권사 지점장은 “확실한 담보권이 잡혀있는 상품들은 수요의 쏠림세가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담보로 하는 사모펀드, 회사의 매출이나 대출을 담보로 하는 상품들이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ELS의 인기도 여전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ELS 발행금액은 4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38조5,000억원)보다 23.7% 늘었고, 7월 발행규모도 7조7,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이런 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증시의 변동성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오승택 신한PWM압구정중앙센터장은 “최근 기업실적이 좋지 않아 펀더멘털(기초체력)적으로 어려웠는데 무역분쟁 등의 외생적인 변수까지 생겨 주가는 더 조정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신규 투자자의 경우 섣부르게 시장을 예측하기보다는 채권, 지수형 ELS 등으로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고 했다. 채대철 NH투자증권 삼성동금융센터 부장은 ELS에 대해서 “코스피 지수는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손실구간(녹인 배리어)에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며 “녹인이 되려면 코스피 1,200~1,300까지 떨어져야 하는데 그 정도의 위기국면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기존 투자자도 당장 환매에 나서기는 이르다는 조언이다. 김진여 NH투자증권 강남파이낸스 센터장은 “기존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현 시점에서 패닉셀링(공황매도) 할 필요는 없다”며 “일본과의 갈등은 절정에 가까이 가고 있다고 판단되고 고액자산가들도 동요하거나 매도에 나설 조짐은 없다”고 했다. 주식형 펀드를 보유한 투자자 역시 환매에 나서기 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량 배당주나 배당주 펀드에 관심을 두는 것도 적절하다. 4~5개월만 보유하면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주는 배당주들이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완기·이혜진·신한나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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