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67.27포인트(2.90%) 폭락한 25,717.74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87.31포인트(2.98%) 떨어진 2,844.74에, 나스닥 지수는 278.03포인트(3.47%) 추락한 7,726.04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지수는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961포인트 이상 폭락해 극심한 불안감을 노출했다.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와 환율전쟁으로의 악화 가능성에 얼어붙었다. 앞서 중국의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섰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미국이 다음달부터 중국산 제품 3,000억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보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거의 역사적인 저점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이는 ‘환율 조작(currency manipulation)’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를 크게 약화할 중대한 위반(major violation)”이라고 위협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인하를 통한 약달러를 요구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와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피신하려는 움직임도 한층 뚜렷해졌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6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금값은 2013년 이후 약 6년 만의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혼재됐다.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달 55.1에서 53.7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6년 8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저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55.7에도 못 미쳤다. 반면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7월 미 서비스업 PMI 확정치(계절 조정치)는전월 51.5에서 53.0으로 상승했다. 최근 3개월 동안 가장 높다. 앞서 발표된 예비치 52.2도 웃돌았다.
월가에서는 위안화 약세가 미·중 갈등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반스 프리처드 수석 중국 경제학자는 “중국이 7위안선 방어를 중단했다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 대한 희망을 거의 포기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절하에 따른 중국 제품 수출 부양은 트럼프 대통령의분노를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금값도 초강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8월물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3%(19달러) 상승한 1,464.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3년 5월 이후 6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는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하락했다.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1.7%(0.97달러) 하락한 54.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0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4시10분 현재 배럴당 3.1%(1.92달러) 내린 59.9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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