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저주, 완성돼 가는 민스키모멘트 경고음’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지 정확히 두 달이 지났다.
그 짧은 기간 한국 주식투자와 관련한 모든 사람이 공포와 고통에 할 말을 잃었다. 지난 5일 코스닥지수는 7.46% 하락했고 6일은 5.08%까지 빠졌다가 3.21% 내린 채 마감했다. 장 시작 직전에는 반대매매 물량으로 10% 이상 빠지면서 그 짧은 몇 분간 모든 사람이 얼어붙어 모니터만 지켜봤다. 그야말로 정적만 가득했다. 이날 개인은 7,800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바이오 쇼크로 공포감이 극대화된 코스닥은 개인이 3,300억원가량을 투매했는데 외국인이 2,800억원, 나머지는 기관이 사들였다. 지난 이틀 동안 개인이 팔아 치운 주식은 1조2,000억원이다. 코스닥지수는 2018년 1월29일 고점 932.01에서 2019년 8월5일 저점 540.83으로 -42%를 기록했다.
최근 급락을 짚어본 이유는 바닥을 예단할 수 없다고 전제를 하면서도 상당수 전략가들이 현 수준에서 주식매도가 실익이 없다고 하는 주식의 기본 속성을 말하고자 함이다.
주식 시장은 변덕스럽고 연수익률은 언제나 극단적이다. 변동성과 손실기간은 피할 수 없다. 연평균 6% 수익률이란 매년 ±30% 안팎의 극단적인 수익률 변동 속에서 3년 뒤 투자금을 118%로 만들어 연 6%가 되는 것이다. 위험 없이 매년 10%를 약속한다면 폰지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 연 10% 액면 이자가 지급되는 브라질 국채의 가격 변동성은 주식에 버금간다. 편안하고 안전한 투자는 없다. 그럼에도 주식투자의 매력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끔찍한 손실기간에도 불구하고 유동자산 중 장기수익률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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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폭락 뒤 나오는 이를 압도하는 V자 급반등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하락 폭이 더 깊고 빠를수록 이후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상승은 더 높고 빨랐다. 공포심에 사로잡힌 투자자를 비웃듯 시장은 반등한다. 금융위기 전후의 주가 흐름을 보면 2009년 3월9일 바닥 이후 1년 동안 미국 주가는 72%, 2008년 10월28일 코스닥지수는 245.06에서 2009년 5월21일 565.96으로 131% 급등했다.
미국 기준으로 보면 강세장 초기 1년 수익률은 강세장 평균의 두 배이며 그 1년 수익률의 절반이 초기 3개월에 나온다. 약세장과 폭락에서 입은 손실의 상당 부분을 짧은 기간에 회복할 기회라는 뜻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약세장 전체 손실 중 약 60% 이상이 약세장 말기에 발생한다.
약세장 기간에 시장에서 빠져나왔다가 바닥 부근에서 재진입하는 전략은 보유자금 일부에 대해서나 적용할 수 있다. 시장은 예고 없이 급락하고 순식간에 바닥에서 무섭게 반등한다. 급락 후 매도에 실익이 없다는 이유다. 폭락으로 모든 주식이 싸진 지금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기회로 삼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리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바닥이 지나고 명백한 반등이 나오고 나서야 예측했다는 사람들이 등장할 뿐이다. 바닥은 투자의 대가 그 누구도 모른다고 인정했다. V자의 왼쪽은 진행 중이다. 인내하고 버텨내 V자의 완성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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