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이폰 사용자들이 휴대폰에 탑재된 인공지능(AI) 음성비서인 ‘시리’를 통해 무단으로 녹음된 대화 일부를 애플이 청취한 데 반발해 집단소송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아이폰 이용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을 금지하는 캘리포니아주 사생활 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사용자 계약서는 ‘시리’라는 음성 명령어를 통해 시리가 활성화될 때에만 대화 내용을 녹음할 권리가 있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고소인들은 시리가 지퍼 소리나 사용자가 팔을 들어 올리는 소리 등 “거의 모든 소리에 의해 작동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애플이 의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아이폰은 분명하고 정확한 ‘시리’라는 음성에 의해 작동될 때를 제외하고는 녹음을 청취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거나,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녹음된 대화를 청취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라는 논란이 일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에 시리 녹음 내용을 듣는 인력이 있다고 올해 초 보도하기도 했다.
또 영국 가디언은 지난 6월 애플 측이 이용자가 녹음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가운데 시리를 통해 녹취된 내용을 ‘정기적으로’ 청취한다는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보도한 바 있다. 인지나 허락 없이 녹음된 기록에는 의료 정보나 마약 거래 등 민감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애플은 지난 2일 시리를 통해 입력된 명령어의 1% 미만, 그리고 이용자가 정확히 시리를 작동해 나눈 명령어에 대해서만 청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용자가 시리와 나눈 대화를 녹음할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나온 지 닷새 만에 애플은 집단소송에 직면하게 됐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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