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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그래도 ‘K바이오’는 전진해야 한다

우영탁 바이오IT부





“투자자 의견을 듣지 않으면 어떡합니까. 기자들만 중요하고 주주 의견은 중요하지도 않은 겁니까.”

이달 4일 여의도에서 진행된 신라젠의 긴급간담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격앙돼 있었다. 욕설도 잇따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2일 펙사벡의 임상 3상 중단 권고 후 신라젠의 주가는 4만5,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급락했다.

이 자리에서 신라젠은 펙사벡의 후속 파이프라인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파이프라인이 후기 임상 1상에 불과하지만 희망 섞인 신라젠의 비전 제시에 주주들은 “왜 이런 좋은 내용들은 기사화되지 않는 것인가”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이렇게 그날 간담회는 주주들의 절박함과 그들을 달래야 하는 신라젠의 초조함이 뒤섞여 ‘그래도 펙사벡은 전진해야 한다’는 대동단결로 끝이 났다.



신약후보 물질이 신약으로 출시될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블록버스터’가 될 확률은 더욱 낮다. 모두가 아는 의약품도 초창기 매출은 신통치 않았던 경우가 많다. ‘타미플루’가 대표적이다.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허가를 받았지만 매출은 신통치 못했다. 하지만 신종플루가 운명을 바꿨다. 2004년 2억2,500만달러였던 타미플루의 매출은 2009년 30억달러로 급등했고 개발사인 길리어드는 2000년 1억9,000만달러였던 매출이 지난해 224억달러를 기록해 글로벌 ‘톱10’에 진입했다.

K바이오는 이제 걸음마 단계인 상황이다. 실패가 당연하다. 다만 실패에서 배우는 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신라젠은 임상 3상 시험에서 ‘구제요법’ 때문에 데이터에 왜곡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상 참여자들도 생명 연장을 위해 다양한 신약을 투여받는 것이 통상적이다. 신라젠은 회사의 존립을 좌우할 임상시험에서 당연한 변수조차 고려하지 못했음을 시인한 꼴이 됐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는 K바이오의 현주소라고 자조한다.

바이오산업은 2016년 기준으로 세계시장 규모가 1조8,000억달러로 반도체 시장 규모 4,462억달러의 네 배에 달한다. 정부도 이 때문에 203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6% 확보를 약속하고 매년 4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K바이오는 1999년 대한민국 1호 신약 ‘선플라’ 개발 이후 불과 20년 만에 29개의 신약을 내놓았다. 글로벌 상위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 수출도 잇따른다. K바이오는 전진하고 있고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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