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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계리사’ 품귀현상…틈새시장 공략·IFRS17 대비하려면 세 배로 늘어야

작년 말 국내 보험사 계리사 수 976명…"향후 3,000명 필요" 전망

보험사 직원 계리사 시험 응시하면 업무 제외·강의료 등 적극 지원

◇주요 보험사 보험계리사 현황(단위 : 명)

보험사 2016년 2018년
삼성화재 126 128
삼성생명 115 126
DB손해보험 38 63
교보생명 61 63
한화생명 54 55
*자료 : 금융감독원

“당장 합격자 수가 두세 배 늘어도 전부 채용될 겁니다.” 한 현직 보험계리사의 이야기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사에서 근무하는 보험 계리사 수는 976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보험 시장 트렌드의 변화와 새로운 회계기준 등을 감안했을 때 이 숫자가 3,000명까지 늘어나야 한다는 전망이다. 언뜻 과장된 수치처럼 보이지만 현직 계리사들은 “충분히 근거 있는 전망”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아직 정식 계리사가 아닌 1차 합격자를 채용해 2차 시험 준비를 뒷바라지할 만큼 계리사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급작스럽게 더 많은 계리사가 필요해진 이유는 우선 새로운 상품 개발이 늘었기 때문이다. 보험 시장이 포화되면서 틈새 시장을 공략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졌고, 저축성보다는 보장성 보험이 집중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품 개발 업무는 계리사들의 손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통계 자료 등을 참고해 새로운 보험 상품을 개발하기에 앞서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이를 감안해 수지를 맞추려면 얼마의 보험료를 책정해야 하는지를 계산해 상품 개발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요즘처럼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구조의 변화와 관련된 통계를 기반으로 시장의 수요와 수익성을 감안해 치매 보험, 유병자 보험, 간병비 지원 보험을 개발한다.

당연히 계리사가 많을 수록 다양한 분야의 통계를 들여다보고 더 많은 상품을 기획할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계리사가 적은 회사에서는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상품을 적시에 내놓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품 경쟁력이 계리사 숫자에서부터 갈리는 셈이다.





앞으로의 보험금 지급을 위해 쌓아둬야 하는 책임준비금을 산출하고 각 보험사의 지급여력(RBC) 비율을 계산·예측하는 ‘밸류에이션’ 업무도 계리사들의 몫이다. 특히 2022년 새로 도입될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때문에 보험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IFRS17는 자산은 시가, 부채는 원가로 평가했던 이전 회계 제도와 달리 부채도 시가로 평가한다. 이 작업을 위해선 앞으로 지급해야 할 보험료가 얼마인지를 일일히 다시 계산해 현재 가치로 환산해야 한다.

한 대형보험사 계리사는 “IFRS17은 기존의 계리 작업보다 훨씬 복잡하고 요구되는 지식 수준도 높다”며 “IFRS17을 준비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시스템 개발, IFRS17 도입 후의 회계감사 업무 등도 모두 계리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계리사는 또 “앞으로 계리사 3,000명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맞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는 이미 계리사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다. 한화생명은 자사 직원이 보험계리사 시험에 응시할 경우 4주 동안 업무에서 벗어나 시험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강의료도 지원해 준다. 다른 보험사들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채용 과정에서의 우대는 물론이다. 계리사 자격증 보유자, 혹은 1차 시험까지만 합격했더라도 가산점이 붙는다. 현대해상은 계리사 시험 1차 합격자를 채용해 2차 시험 ‘뒷바라지’를 도맡는다. 2차 시험이 다가오면 2주 동안 회사 연수원에서 합숙하며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비와 교재비·응시료 등도 실비 지원한다. 각 사마다 금액은 다르지만 계리사 자격증 보유자의 연봉에는 ‘계리사 수당’도 포함되기 때문에 비슷한 연차의 일반 직원들보다는 연봉도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계리사 ‘공급’은 한정돼 있어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계리사 수는 약 1,300명, 이 중 보험업계에서 근무하는 계리사의 수는 총 976명이다. 매년 계리사 시험 지원자 수는 1,000명이 넘지만 최종 합격자 수는 연 140명 안팎에 불과해 당장 계리사 채용을 늘리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그나마 올해부터 금융당국이 계리사 시험의 문턱을 낮춰놓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IFRS17에 대비해 계리사 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올해부터 2차 시험 과목별 합격점수 인정기간을 늘리고 1차 시험 면제 가능한 경력인정기관을 확대하는 등 개선안을 시행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시장의 변화와 IFRS17 외에도 계리사 수요가 증가할 여지가 많아 앞으로 최소한 10, 20년 계리사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 그랬듯 국민연금 같은 공적기금 부문에서도 계리사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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