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배경은=이번 재판의 발단은 지난 2016년 12월과 이듬해 1월 페이스북이 국내 주요 이동통신사의 접속 경로를 마음대로 바꾸면서 비롯됐다. 당초 KT 캐시서버를 경유하던 것을 바꿔 홍콩·미국 서버로 임의 변경한 것이다. 이로 인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들은 기존보다 최대 4.5배나 느려진 접속 속도로 인해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배경을 모르는 이용자들의 불만은 페이스북이 아닌 국내 통신사로 집중됐다. 결국 고객 이탈을 우려한 SK브로드밴드 등은 자체 비용을 들여 서버를 증설해야 했다. 이를 놓고 페이스북이 국내 망 사용료 협상에서 이통사들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접속 경로를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이에 따라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대해 지난해 3월 이용자 이익 저해를 이유로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불복하고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예상하지 못한 사고”라고 항변하며 고의성을 부정했다.
◇재판 여파는=서울행정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4억원가량의 과징금 부과가 적절한지만을 따진다. 하지만 그 결과가 미치는 파장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우선 과징금 부과가 적절하다는 방통위의 승소로 결정이 날 경우 페이스북을 비롯해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CP들은 한국에서도 이용자 보호를 위한 통신 품질관리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특히 재판 결과 통신 품질관리 의무를 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통신망 사용 대가를 부과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 글로벌 CP들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구축한 통신망을 활용해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도 망 사용료와 국내 이용자 보호와 같은 사회적 책임에서는 미흡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반면 페이스북이 승소할 경우 글로벌 CP들은 망 이용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 이용자를 볼모로 접속 경로 변경을 되풀이하며 통신사를 압박할 우려가 있다. 또한 정부와 국회 등이 글로벌 CP를 겨냥해 추진 중인 망 이용 대가 정상화 움직임까지 위축될 수 있다.
문제는 국내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단합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통신사들은 CP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주장하지만 국내 CP들은 자칫 페이스북 등은 잡지 못하고 국내 CP만 유탄을 맞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에 재판 결과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국내 콘텐츠 생태계 위축을 막을 보완책 마련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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