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업에 ‘미래 먹거리’ 찾기는 필수다. 지난 2015년 기준 기업의 평균 수명은 15년 수준이다. 지난 세기 중반만 해도 90년이던 것이 순식간에 6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 말이 보여주는 바는 명확하다. 과거 아무리 잘나갔던 기업이라 하더라도 미래 사업을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15년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미래 먹거리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 결과는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EY한영은 국내 상위 30대 대기업의 지난 5년간 신사업 관련 투자 500건 이상을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두드러진 신사업 동향 중 하나는 바로 ‘크로스보더(cross-border)’ 투자였다.
국내 30대 대기업의 글로벌 투자 규모는 6조원(2018년 기준)을 상회한다. 2015년 대비 약 6배 증가한 금액이다. 이전과 가장 차이가 나는 특징은 한국 기업들이 크로스보더 진출 대상으로 삼는 국가의 무게중심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왔다는 점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가 금액 기준으로 절반에 육박(47%)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이들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은 1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2015년 금액 기준 절반 수준이었던 북미·유럽 등 선진국 지역은 2018년에는 90% 이상을 차지한다. 2017년 SK종합화학의 미국 다우케미컬 에틸렌아크릴산 사업 인수, 2018년 CJ제일제당의 미국 냉장피자 업체 쉬완스컴퍼니 인수가 이러한 선진국 대상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의 글로벌 투자는 당분간 선진국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EY한영이 국내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가 향후에도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고려 대상 국가로는 미국·호주·캐나다 등을 지목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진국 투자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기에 다각도의 고려가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투자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능한 구체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일례로 국내 대기업이 신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중부에 위치한 중견 기업을 인수한 적이 있었다. 인수의 핵심은 다양한 화학 조성 재료를 섞어 원하는 화학 물성을 만들어내는 조합법(recipe)이었다. 그러나 피인수 기업이 중견 기업이다 보니 이러한 조합법이 시스템상에 정리돼 있기보다 개별 인적 자원이 경험지식(empirical knowledge) 형태로 직접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우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당 핵심 인력의 보유다. 직원의 이탈을 막기 위한 프로그램이 정교하게 디자인돼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이처럼 ‘내가 투자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가 명확할수록 투자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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