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금융당국이 추진하던 금융 데이터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표사업인 ‘금융 데이터 거래소’와 ‘마이 데이터’ 등이 법적 근거 미비로 간단 서비스만 제공하는 등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해외 금융선진국들이 제도 개선을 통해 빅데이터 패권을 다투는 가운데 당국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시범운영 중인 데이터 거래소의 출범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출범 예정이었던 계획이 신용정보법 불발로 틀어졌기 때문이다. 금융사와 기업이 금융정보를 거래하는 데이터 거래소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비인식 형태로 가공해주는 데이터 전문기관이 필요한데 이번 신용정보법 개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정법이 법안 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데이터 거래소의 정식 출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국 차원에서 데이터 거래소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거래소는 정식 출범 전부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 현행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데이터들은 거래용이 아닌 통계나 학술 목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어서다. 금융사와 핀테크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상품 개발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데이터 거래소가 생기면 금융사와 핀테크들이 비인식화된 4,000만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해 개별 고객 맞춤형 소액신용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또 개인 신용정보를 고객이 직접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마이 데이터’ 사업도 계좌 통합조회 등 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만 머무르게 됐다.
이에 핀테크와 금융사들은 혁신모델 개발을 통해 빅데이터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당국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해외 금융선진국에서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법 제도 마련에 나서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 시간이 더 늦춰지면 데이터 경쟁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스위스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활용 및 분석 수준은 지난해 전 세계 63개국 중 31위에 그쳤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 거래소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다음 국회에서 신정법 개정안을 재발의해야 하는데 내년에는 총선이 있는데다 굵직한 이슈들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최소 1~2년 이상 미뤄질 수 있다”며 “금융권 데이터 활용이 1년 늦어질 때마다 해외 선진국을 따라가는 데 10년이 걸릴 것”이라며 이는 결국 산업적 손해를 넘어 국가적 손해라고 꼬집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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