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금리를 인하했다. 미중 무역갈등 등 글로벌 성장률 둔화를 우려하는 와중에서 금리 인하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오래갈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은 대체 소득원을 찾아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배당수익률이 높은 아시아 주식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시아가 활기찬 성장세를 보이는데 굳이 단조로운 배당수익에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높은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은 성장이 느리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기업 관리자들은 향후 기업 실적이 배당 지급을 지속할 만큼 튼튼하다고 확신할 경우 더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므로 고배당 기업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게 된다.
한편 배당주는 은퇴세대에서 인기가 높다. 고령자의 경우 배당으로 얻은 소득을 소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여기지만, 소비 지출에 드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주식의 일부를 매도하는 것은 꺼린다. 행동학적 생애주기 가설(Behavioral Life-Cycle Theory)에 따르면 사람은 심리적으로 자기 재산을 현재소득·현재자산·미래소득으로 구분하는데 소비 유혹은 현재소득에 비하면 크고 미래소득에 비하면 낮다. 배당은 현재소득으로 간주해 기꺼이 소비하는 반면 양도소득(capital gain)은 미래소득으로 봐서 소비성향이 훨씬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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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투자자들은 몇 년간 배당주 투자를 대체로 꺼렸다. 배당주를 싫어한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고배당주가 많이 올라 비싸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변했다. 현재 고배당주 주가수익비율은 시장 중간값보다 거의 5배나 낮은 상황으로, 상당히 흔하지 않은 아시아 배당주 투자 기회임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이 아시아 배당주 투자를 꺼렸던 또 다른 이유는 지난 3년간 글로벌 시장을 지배해온 금리 인상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주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와 함께 이러한 전망은 반전됐다. 이제 대부분의 투자자가 향후 2년간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게 됐기 때문에 아시아 배당주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또 아시아 지역은 유럽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높은 배당수익률을 자랑한다. 아시아 기업은 이익 증가가 꾸준하고 부채비율이 사상 최저 수준이라 배당금 증가 추세에 대한 기대감이 유럽 지역보다 높다. 그럼에도 아시아 기업들은 재무제표상 잉여현금의 흐름이 넘쳐나는 데 반해 배당성향은 여타 지역보다 아직 낮다. 많은 아시아 기업들은 주주들로부터 이익의 일부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라는 압박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했고, 이제 세 번째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몇 년간 아시아에서 배당 서프라이즈가 연이어 나타날 것이다. 장기 투자자는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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