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되레 취약계층을 고용시장에서 밀어내 근로소득을 지속 감소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정부가 각종 수당과 보조금으로 이전소득을 늘려줘도 전체 소득을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도 함께 확인시켜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2·4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의 월 평균 소득은 132만5,000원이다. 1년 전보다 0.04% 찔끔 늘었다. 이 가운데 연금과 정부 지원금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이 65만2,000원으로 9.7% 늘었다. 하지만 직접 일해서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은 4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 크게 줄었다. 사업소득이 22만4,000원으로 15.8% 늘긴 했지만, 이는 경기 불황에 따른 자영업 업황 악화로 2분위에 있던 자영업자들이 1분위로 추락한 영향이 크다. 실제로 1분위 가구 가운데 자영업자를 포함한 근로자 외 가구 비중은 70.2%로, 1년 67.4%보다 늘었다.
1분위 근로소득이 쪼그라든 가운데 이자, 보험료 등으로 빠져나가는 비(非)소비지출은 27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5.5%가 늘었다. 근로소득은 줄어드는데 빠져나가는 돈은 늘어나면서 실제 처분가능소득은 1.3% 줄어든 104만9,000원에 그쳤다. 2~5분위 가구의 경우 근로소득이 모두 늘면서 비소비지출 증가를 상쇄해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2분위와 3분위는 처분가능소득이 각각 2.2%와 5.8% 늘었고 4분위도 2.2%, 5분위 역시 2.3% 늘었다.
이전소득 증가가 취약계층이 아닌 4~5분위의 고소득층에서 두드러진다는 점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오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이 1년 전에 비해 9.7% 느는 사이 4분위는 18.2%, 5분위는 23.4% 급증했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3~4분위 가구를 중심으로 아동수당 수혜가 높게 나타났고 실업급여도 3~5분위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분위 소득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5분위 전체 소득은 942만6,000원으로 3.2% 늘면서 소득분배 지표는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까지 벌어졌다. 이는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2분기 기준 최고치다. 5분위 배율은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눠 구하는데, 값이 클수록 소득 불평등이 나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소득분배 지표가 역대 최악으로 벌어진 이날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는 별도 자료를 내고 “시장에서의 소득격차 확대 압력이 지속 되고 있다”면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고집하기보다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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