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관심이 최근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어떻게 비상장화할 것인지, 또 그가 그 돈을 어디서 조달할지에 쏠리고 있다. 그가 자신의 구상을 트위터로 알린 특이한-법적 논란이 있는- 방식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의문점이 하나 있다: 과연 테슬라의 비상장 전환이 합리적인가?
상장사가 비상장 전환을 원할 땐 대개 다음 중 한 가지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일류 기업들이 지배한 시장에서 어중간한 경쟁자가 성장하고자 할 때(사례: 상장폐지를 두 번이나 철회하고 결국 재상장한 버거킹) ▲노쇠하고 있는 유명 기업이 무분별하게 확장한 사업을 다시 장악하고 고삐를 죄려 할 때(사례: 2007년 상장폐지 후 2013년 재상장한 힐튼호텔) ▲혹은 기업이 틈새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려 할 때(사례: 2011년에 비상장 전환한 실내 장식재 유통사 조-앤 스토어스 Jo-Ann Stores)이다. 상장기업들은 기업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하려 할 때, 상장폐지를 선호한다. 비상장화를 통해 무대 뒤에서 좀 더 멋지고 빛나는 이미지로 변신하고, 비상장을 지지하는 월가에 자신들을 새롭게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테슬라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 자동차 시가총액 1위인 이 회사 주가는 2010년 상장 후 연평균 45%씩 급등했다. S&P 500 지수의 연평균 상승률 15%와 크게 대조된다. 분명 테슬라 주식은 미국 내에서 공매도가 가장 많은 종목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인기가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선행 12개월 예상 PER가 무려 233배에 달하는 테슬라 주식은 인기 여성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Taylor Swift 같은 존재다. 너무나 핫해서 투자자들이 오히려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버거킹은 멋진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선택했다. 반면, 테슬라는 모델Y, 세미 트럭, 스포츠카 로드스터 Roadster 등 모든 제품 라인을 갖추고 있다고 떠벌렸다. 그렇기 때문에 버거킹 같은 이미지 쇄신 문제가 전혀 없다. 심지어 이 전기차 회사는 서핑보드도 제작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이 제품을 사전예고 없이 온라인에서 1,500달러에 판매했는데, 몇 시간 만에 완판됐다.
상장사의 비상장 전환은 단순히 스위치 한번 눌러서 되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서류 작업만 해도 수천만 달러 비용이 든다. 테슬라 이사회와 주주들에겐 상장폐지를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월가도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애덤 조너스 Adam Jonas는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비상장사로서의 테슬라는 ’소유하기 좋은 기업인가‘, 아니면 ’꼭 소유해야만 하는 상황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테슬라의 단기 경영 계획 가운데 공개시장에서 혼란과 차질, 신뢰 부족을 초래할 만한 것이 있는가? 혹은 테슬라에게 비상장사 상황이 훨씬 더 적합한가? 현 단계에선 정말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주식매수를 통한 테슬라의 비상장 전환 계획과 2013년 244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상장폐지를 진행한 델의 사례를 비교해보자(머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자금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PC 제조업체는 부활이 절실했기 때문에, 설립자이자 CEO인 마이클 델 Michael Dell이 새롭게 되찾은 ’시간적 여유와 유연성‘에 환호했다. 그는 당시 “상장 주식과 관련된 엄격한 심사, 분기별 목표, 상장사가 갖는 다른 운영 상의 제약 없이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고 상장폐지의 장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테슬라를 비상장사로 전환하려는 머스크의 꿈에는 이런 사치스러운 목표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의 목표는 우선 나스닥에서 빠지는 것이다. 또 다른 목표는 최소 2,000명의 투자자를 보유한 회사들의 의무인 정기 재무보고서 제출을 안 하는 것이다. 테슬라 같은 회사에는 대개 수십 만 명의 주주가 있다. 머스크는 회사가 비상장 전환을 해도 주주들이 그대로 남길 바란다고 밝혔다(그는 테슬라 주식 3분의 2가 현 소유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분기별 책임이라는 부담을 완전히 덜긴 어려워진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퀸 이매뉴얼 QuinnEmanuel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마이클 리프 Michael Liftik는 “테슬라가 비상장사로 전환한다고 해도, 여전히 상장사의 연간 재무보고서 ’10-K‘와 분기별 보고서 ’10-Q‘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비상장 전환을 통해 테슬라의 공매도 세력을 피할 수 있다 해도, 고객들로부터 도망갈 수는 없다. 현재 모델3는 4만2,000건의 예약주문이 밀려 있지만, 테슬라는 여전히 주당 5,000대 이상 생산을 버거워하고 있다. 머스크는 고객들의 인내를 더 이상 시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가 성장할수록-주식이 상장폐지 된다고 해도-테슬라라는 브랜드는 더욱 유명해질 것이다.
▲비상장 전환? 주목할 만한 흐름들
-RJR내비스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역대 최대 인수 합병 딜은 KKR이 1988년 레버리지 바이아웃/*역주: 금융권 차입을 통해 회사를 매수하는 방식/을 통해 식품 담배 회사 RJR 내비스코 RJR NABISCO를 251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당시 RJR 내비스코 CEO 로스 존슨 Ross Johnson은 KKR의 인수를 막기 위해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그는 인수합병 방어에는 실패했지만 5,000만 달러를 챙기며 기업 탐욕의 전형이 됐다.
-델: 시장이라는 판정단이 조만간 2013년 델의 비상장화 조치에 대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당시 마이클 델은 자신의 이름과 같은 회사를 상장폐지하기 위해, 사모펀드 실버 레이크 Silver Lake와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델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 공개시장에 클래스 C 주식/*역주: 직원들이 보유하는 투표권 없는 주식이 여기에 속한다/을 상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차입 매수 증가율(+44%): 사모펀드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딜로직 Dealogic에 따르면, 올해 차입 매수 규모는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해 약 1,56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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