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형 스크린을 지원하는 삼성전자(005930)의 신개념 TV ‘더 세로’를 모방한 중국산 제품이 등장했다. 싼 가격과 중국 내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선발주자인 삼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중국 TCL은 최근 스마트 TV 신제품 ‘제스(XESS) 스마트스크린’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지난 5월 출시된 삼성 ‘더 세로’ TV처럼 화면을 세로형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왕청(王成) TCL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대화면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며 “가로 화면을 세로로 회전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콘텐츠에 최적화된 삼성전자 ‘더 세로’와 정확히 같은 콘셉트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43인치 모델인 ‘더 세로’의 출고가가 189만원인 반면 TCL 제품은 55인치 고가 모델의 가격이 4,999위안(약 85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같은 크기의 일반 모델 가격은 3,999위안(약 69만원)에 불과하다. 이 제품은 오는 4·4분기 시장에 나온다.
TCL이 삼성전자와 유사한 제품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TCL이 지난해 ‘CES 2018’에서 공개한 ‘프레임 TV’는 삼성전자가 2017년 출시한 ‘더 프레임’을 모방한 제품이다. ‘더 프레임’처럼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 미술 작품 등을 화면에 띄워준다. 중국 샤오미 역시 비슷한 콘셉트의 ‘벽화 TV’를 ‘더 프레임’ 대비 3분의1 수준의 가격으로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중국 TV 업체들이 이렇게 국내 제품을 베끼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조사 결과 TCL은 지난 1·4분기 프리미엄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 시장에서 수량 기준 점유율 1위(26.2%)를 차지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들 중에서도 후발주자였던 샤오미는 신흥시장에서 약진하며 일본 소니 등을 제치고 수량 기준 글로벌 점유율 5위에 올랐다.
TCL이 풍부한 콘텐츠를 무기 삼아 삼성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삼성 ‘더 세로’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평은 유의미한 판매량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가격과 함께 세로형 콘텐츠의 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달리 TCL은 중국 텐센트, 쑤닝스포츠 등으로부터 ‘제스 스마트스크린’ 콘텐츠를 제공 받고 다른 온라인 콘텐츠 업체들과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삼성전자·LG전자가 주목하는 8K TV 콘텐츠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오는 2022년 2월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맞춰 8K 방송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6월 5세대(5G) 이동통신을 활용한 8K 콘텐츠 생방송을 시연하기도 했다. TV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5G가 상용화되면 8K는 물론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등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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