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응급조치를 통해 기내에서 호흡곤란으로 위기에 처한 일본 국적 어린이 승객의 생명을 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23일 대한항공에 다르면 지난 18일 오후4시35분 서울 김포공항을 떠나 일본 오사카로 향하던 대한항공 KE739편 보잉777-200 항공기 기내에서 12세의 일본인 여자 어린이 승객이 갑자기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목을 부여잡는 일이 벌어졌다. 옆에 앉은 승객의 아버지가 환자 입 속의 이물질을 제거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어머니는 큰 소리로 울먹이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소리를 듣고 즉시 달려온 승무원은 승객의 상태를 확인했다. 당시 환자는 기도가 막혀 호흡 곤란이 심해졌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의식을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이에 승무원은 양팔로 환자를 뒤에서 안 듯 잡고 배꼽과 명치 중간 사이를 주먹 등으로 세게 밀어 올리는 압박을 줘 이물질을 빼내는 응급조치인 하임리히법을 실시했다.
그러나 수차례의 응급조치에도 호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안내 방송을 통해 기내에 의사가 있는지 찾았지만 당시 항공기에 의사는 탑승하지 않았다.
사무장은 호흡 정지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급히 손을 쓰지 않으면 뇌사 및 사망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승객을 일으켜세운 후 응급처치를 계속했다. 30회 이상의 강한 압박으로 응급처치를 지속하는 승무원의 팔에 피멍이 들기도 했다.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려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승객의 흉부 쪽에서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소리가 작게 들림과 동시에 코와 입에서 ‘후우’하는 소리가 나며 환자의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승무원들은 승객이 의식을 찾을 수 있도록 기내 뒤쪽 빈 공간에 눕힌 뒤 환자를 보살폈다. 환자는 승무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을 하는 등 빠르게 정상을 회복했다. 승무원이 환자 부모와 입 안의 이물질을 확인한 결과 승객의 기도를 막은 빠진 어금니 유치가 발견됐다.
사무장은 운항승무원을 통해 휠체어를 탑승구에 대기시킬 것을 오사카 지점에 요청했으며 기내 좌석 중 비어있는 가장 앞쪽으로 승객 일행을 앉도록 해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했다. 오후6시23분 착륙 후 승객은 부축 없이 스스로 걸어나오는 등 상태가 호전됐지만 즉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할 것을 안내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약 30여분의 긴박한 시간 동안 KE739편 객실 승무원들이 소중한 생명을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응급 상황에 대비해 꾸준하게 훈련을 거듭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모든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연 1회 정기 안전교육을 통해 응급처치법, 심폐소생술(CPR) 및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 실습 등 기내 응급처치와 관련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