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내년 건강보험료가 3.2% 인상된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3년 연속 건보료가 인상되자 정부에서 재정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병원비 걱정 없는 국가’ 를 건보료를 올려 만들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건강보험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오는 2020년 건강보험료율을 3.2%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현행 6.46%에서 6.67%로, 지역가입자의 부과점수당 금액은 현행 189원70전에서 195원80전으로 인상된다.
월평균 보험료를 보면 올 3월 기준 직장가입자는 11만2,365원에서 3,653원 오른 11만6,018원을 내야 한다. 지역가입자는 8만7,067에서 2,800원 인상된 8만8,867원을 내년부터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국고지원금 없이 국민을 볼모로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문재인케어가 계속 시행되면 예상보다 빨리 적립금이 고갈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57% “추가부담 반대”에도
보장률 강화 정책에 매년 올려
가입자단체에도 갈수록 ‘큰 짐’
경총 “재정수지 적자 해결하라”
정부는 “건보 건전성 문제없다”
건강보험료율은 최근 10년 동안 2009년과 2017년을 빼고 매년 올랐다. 2007년(6.5%)과 2008년(6.4%), 2010년(4.9%), 2011년(5.9%)에는 4∼6%대 인상률을 기록했고 2012년(2.8%), 2013년(1.6%), 2014년(1.7%), 2015년(1.35%), 2016년(0.9%)에는 1% 안팎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난해와 올해 인상률은 각각 2.04%와 3.49%였다.
건보료 인상을 둘러싼 국민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보장률과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의 57.1%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찬성하지만 보험료 추가 부담은 반대한다’고 답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가입자단체도 정부의 일방적인 건보료 인상에 일제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관계자는“엄중한 대내외 경제 현실을 고려해 건보료 인상에 대해 거듭 우려를 밝혔지만 정부가 인상을 강행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국민과 기업에 건보료 부담을 전가시킬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국고지원금으로 건강보험 재정수지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고 지원을 늘이고 건보료 인상률은 대폭 낮춰야 한다는 게 가입자단체들의 지적이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과 따르면 정부는 매년 건보료 예상수입액의 20%를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법률 개정 이후 정부는 이를 제대로 지킨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올해까지 연평균 건보료 국고지원율은 15.3%에 그쳤고 미납액은 24조5,374억원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국고지원금을 최소 14% 이상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집행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가 회의적이어서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한편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에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누적 적립금이 20조5,955억원에 달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케어가 완료되는 오는 2022년까지 최소 30조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10조원은 누적 적립금으로 채우고 20조원을 건보료 인상으로 충당하면 여전히 10조원의 누적 적립금을 예비비로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총 13조5,000억원의 건강보험 수지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차기 정부에도 문재인 케어가 계속 시행된다고 가정하면 2023년부터 2027년에는 총 12조1,000억원의 적자가 추가로 발생해 적립금마저 완전히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케어로 국민의 평균 의료비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고령화로 급격히 증가하는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건강보험 재원을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달성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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