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로 한미동맹이 더욱 약해지면서 결국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륙세력과의 연대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박휘락(63)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조치가 국가이익보다는 감정을 앞세운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북핵에 노출된 우리에게 더 해를 끼치는 자해 카드가 될 것이라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박 교수는 “정부는 안보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군대가 정치화된 가운데 국민들마저 대북 경계심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안보를 지탱하던 한미동맹마저 심하게 흔들리는 안보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이 몰려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소미아 종료가 발표되던 지난 22일 북한산 보현봉 아래에 있는 국민대 사무실에서 우리나라의 안보정세에 대해 들어봤다.
-정부가 일본과 맺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는데.
△북핵 위협에 노출돼 있는 한국이 일본과 정보교류·안보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가안보보다 감정을 앞세우는 행위다. 폴란드·러시아·우크라이나와도 체결한 협정을 미국과 더불어 간접동맹을 맺고 있는 우방인 일본과 안 한다는 것은 일본이 그들보다도 못하다는 뜻이다. 앞으로 일본과의 외교협상에서도 이런 정도의 카드밖에 없다는 점을 드러내 불리해질 수 있다. 나아가 미국이 이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결행함으로써 한미동맹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것이다. 현 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파기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륙세력과의 연대로 방향을 정한 것 같아 불안하다.
-중국·러시아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수시로 침범하며 위협하고 있다. 특히 한일갈등의 빈틈을 노려 독도 영공까지 침범했다.
△한국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구한말처럼 우방도 없고 자체적인 방어력도 없는 상태로 표류하고 있다. 세계 1등 국가인 미국과의 동맹을 형식화하고 있으니 주변국들이 그것을 눈치챈 것이다. 한미동맹은 일본이 존재함으로써 실질적인 지역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과 척을 지니 중러가 그 틈을 노리고 한국을 위협해 자국의 영향력하에 두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외교의 처참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핵탄두를 늘리고 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수소폭탄을 포함해 20~6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 한 발로도 한국의 한 도시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데 수십 개나 갖고 있다.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는 비핵국가는 핵국가에 항복하거나 핵공격을 받아 초토화되는 선택지밖에 없다고 했다. 핵무기로 인해 북한은 한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게 됐다. 핵무기는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됐으며 지금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핵보유로 압도적 전력을 갖게 된 북한으로부터 우리 국가와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재래식 전력도 북한이 훨씬 강하다. 양이 많지만 질은 낮다는 얘기가 있지만 재래식 전력에서 질의 비중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북핵은 방어용이라는 주장이 있다.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말은 북한이 사용한 적도 없고 우리 학자들이 그렇게 추정했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밝힐 뿐이다. 실제로 북한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핵무기 개발을 시작해 1960년대에 실험용 원자로를 도입했고 1980년대에 영변의 발전소를 완공해 가동했다. 즉 동구가 붕괴되기 전에 이미 핵무기 개발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이라는 말이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가정이 적은 설명,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이 체제유지를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너무나 많은 가정이 필요하다. “북한 지도자들도 합리적이다” “동일민족에 대해서는 절대 핵무기를 쓰지 않는다” 등. 차라리 북한은 핵무기로 위협해 미국을 한반도에서 축출하고 적화통일을 하려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단순하고 오컴의 면도날에 부합된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허버트 맥매스터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적의 의도는 추측할 수도 없지만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적의 능력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전쟁으로 남한 사람이 100만명 가까이 죽었다. KAL기 폭파 사건으로 115명 전원이 폭탄에 날아갔다. 그래도 사과는커녕 발뺌하는 게 북한이다. 안보는 0.1%의 가능성에도 무너진다. 스위스는 국민개병제를 하고 국민 전체가 대피할 수 있는 핵대피소를 만들어놓고 지금도 훈련한다.
-우리 군은 스텔스기를 들여오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킬체인으로 대응한다고 하는데….
△당연히 핵위협에 대해서는 어떠한 비핵대응도 부족하다. 그러나 핵무기가 없는 한국으로서는 이것이라도 철저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한국은 F-35 등을 동원해 사전에 파괴해야 하고 그래도 날아오면 요격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이 이러한 능력은 있지만 정치지도자가 과연 선제타격과 같은 결정을 할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최소억제(minimal deterrence)’ 개념이다. 이것은 상대방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표적이라도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상대가 공격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래서 이전 정부는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할 경우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참수작전 부대도 창설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이 개념을 폐기한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우리 힘으로 북한의 핵공격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참수작전 여단의 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부대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30m 관통력을 가진 벙커공격용 탄약을 60m짜리로 바꾸고 더 위력적이고 정밀한 벙커공격용 탄약 개발도 필요하다.
-국방부가 오는 2020~2024년까지 290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북핵 위협에 대한 명확한 대응방향과 집중성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첫 번째는 북한의 핵무기다. 따라서 중기계획도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고민과 방향·과제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디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핵심적인 위협에 대비하지 않은 채 아무리 좋은 무기를 만든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병사들의 복지에 대한 투자가 지나치게 많은 것 같다. 장병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5년간 186조7,000억원(연평균 증가율 5.3%)을 배정했다는데 과연 이것이 우선순위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경항공모함을 2030년대 초반에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기계획의 기간을 훨씬 넘는 내용을 공개한 것부터가 국민들의 자존심을 고양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본적으로 한국에 이 같은 경항공모함이 필요한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핵 위협, 장기적으로 중국의 위협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현재 안보태세를 평가한다면.
△한국은 ‘안보의 퍼펙트스톰’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안보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군대는 정치화됐다. 국민들도 대북 경계심이 약해졌다. 그나마 한미동맹만이 안보를 지탱하고 있는데 이 한미동맹마저 내용 면에서 많이 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한일관계 역시 악화일로에 있다. 미국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고 미국 도시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방어해줄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한미동맹도 불안하다. 따라서 한국은 풍전등화와 같고 임진왜란, 정묘·병자호란, 한일합방, 한국전쟁 직전과 유사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한국 국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됐던 전작권 환수 노력이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 임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게 과연 한국 안보에 긍정적인가. 한국군 한미연합사령관의 미군 작전통제의 장단점과 실행 가능성을 냉정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 증원군의 전개·배치는 또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동안 일부에서 전작권을 군사 주권의 침해로 인식해 환수를 주창해왔지만 이는 세계 대부분의 연합작전에서 일상적인 지휘관계다.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미군 대장이 ‘동맹군 최고사령관’으로서 평시·유사시 모두 작전지휘하지만 어떤 회원국도 주권침해로 보지 않는다.
-한미연합훈련이 사실상 무력화됐는데.
△큰 문제다. 미군은 훈련되지 않는 군대는 전투에 투입하지 않는다. 이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군을 즉각 투입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을 북한이 알기 때문에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지속적으로 폐기하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3월6일 평양 방문 후 기자회견을 할 때 북한이 한국의 훈련을 용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건 거짓말인가.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북핵 폐기를 위한 북미회담이 준비되고 있는데.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는다. 점점 한국을 흥정대상으로 하는 회담이 될 것이다.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미국을 공격하는 핵무기를 없애겠다고 내세울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초토화하려 할 때 북한이 LA를 초토화해 맞바꾸자고 하면 미국은 못 바꾼다. 그걸 알기 때문에 북한이 오히려 큰소리치고 있다. 미사일 사거리도 괌·알래스카·하와이에 도달했고 미국 본토 도달에 성공했을 수도 있다. 경제제재의 경우도 중러 지원과 자력갱생체제로 별 효과가 없다. 오히려 미국이 한국 방어를 위해 북한이나 중러와 핵전쟁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북한과 친구가 되는 게 더 편하다. 실제로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대만을 버렸고 북베트남이 이기니 남베트남을 버렸다. 미국에서도 얘기가 나왔듯이 유럽처럼 미국 핵무기를 가져다 놓고 공유하는 길밖에 없다.
-최근 미국에서 핵동결이 비핵화 입구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길로 가는 것이다. 북핵 하면 미국을 떠올리고 우리는 3자라고 보는 게 우리에게 습관이 돼 있다. 그런데 그건 우리 일이다. 우리가 막으면서 일부 파트는 미국이 담당하도록 하는 게 상식이다. 북한이 핵폐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대통령이 얘기해버리니 그렇게 됐다. 북핵 억제책은 한국이 열심히 해야 하는데 하나도 안 하면서 오로지 미국에만 맡기며 방위비 분담도 제대로 안 한다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각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을 지켜줄 이유가 없다. 스스로도 지키려 하지 않는데 누가 도와주겠는가.
-문재인 정부를 평가한다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정부다. 헌법 66조 2항에는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존,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라는 대통령의 책무가 규정돼 있다. 대통령이 국민들의 안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전혀 없다. 평화가 왔다고 하는 것은 책임지는 리더가 할 말이 아니다. 아무리 친북 좌파라고 하더라도 나라를 넘겨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 얘기는 들어봤지만 자살하려는 나라는 처음 봤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말이 실제로 벌어질까 걱정이다.
-미군은 철수할 것으로 보나.
△미군은 결국 철수될 것이다. 미국은 태평양 방어선에서 한국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나라다. 우리 국민들의 생각이 오로지 미국에 있다는 게 문제다. 미국이 나가더라도 스스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민이 늘었다고 한다. 나라가 조금 불안해지면 많은 사람이 도망칠 것이다. 미 국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김정은의 성격은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하며 과대망상적이라고 한다. 그는 김일성군사대에 5년을 다니며 포병(미사일)을 전공한 전략가이기도 하다.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보수 통합의 과정에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
△안보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정부가 방치하니 방법이 없다. 유일한 길은 안보 중시 정당·정치인·국민들이 단결해 다음 정부를 안보 중시 정부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려면 보수가 단결해야 한다. 보수통합자유민주주의연대 상임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다. 하지만 전부 단결하자고 하면서도 얘는 안 돼, 쟤는 안 돼 하니 설득이 어렵다. 석고대죄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면 받아주는 것도 아니다. 중진들의 통합이 중요하다. 전부 희생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그러면 각자 남 밑에 들어가려고 해야 한다. 정치할 생각은 없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했다. 그래도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니까 나서는 것이다. /오현환논설위원 hhoh@sedaily.com
He is…
1956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육사 34기 장교로 임관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과장으로 있을 때 햇볕정책을 하더라도 국방부는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다 밀려났다. 야전 연대장을 마치고 육군 대령으로 예편했다. 육사교수요원 석사, 미국 국방대학원(국방 MBA) 석사, 경기대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정책대학원장·행정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보수통합자유민주주의연대 상임대표 직무대행도 맡고 있다. 20여권의 책을 펴냈으며 1년에 10편 이상의 논문을 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