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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 혁신하자] 美·日 에너지소비 주는데 韓 역주행...후진국형 소비구조 바꿔야

에너지 수입의존도 94% 불구 과소비

여름철마다 고질적 수급 문제 발생

전력 안정화 위해선 효율성 높여야

기업들 에너지소비 개선 목표 설정

건물 효율평가제·車 연비향상 통해

2030년 기존소비량 14% 감축 목표





지난 13일 오후4~5시. 전력수요가 몰리면서 평균 최대 전력수요는 9,031만㎾까지 치솟았다. 전력수급 위기경보 단계까지 불과 108만㎾만 남은 상황. 예비전력이 500만㎾ 이하로 낮아지면 설비의 갑작스러운 고장 등 돌발상황이 대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위기경보가 발령된다. 다행히 이날 이후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전력수요도 줄었지만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곤욕을 치렀던 발전 업계는 오는 9월 막바지 더위로 또다시 비상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발전 업계가 여름철마다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것은 치솟는 전력수요에 맞춰 발전량을 무작정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석탄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 등은 입지 문제 등으로 추가 건설이 여의치 않고 신재생에너지로는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력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공급보다는 수요 자체를 절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4%나 되는데도 에너지 과소비 국가”라며 “발전시설을 들일 때마다 극심한 갈등이 벌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효율 제고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전력수급 문제에도 에너지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최종에너지 소비 규모는 2억3,400만TOE(유환산톤·석유 1톤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2000년 이후 매년 2.7%씩 증가했다.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에서 수요가 3.2% 증가한 가운데 건물·수송 부문 소비 규모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 규모는 줄이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미국의 경우 2000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6%를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에너지 소비 규모는 6% 넘게 줄었다. 한국과 에너지 수급환경이 비슷한 일본은 14%의 성장률을 보이는 동안 소비는 17%나 감축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들은 GDP 증가에도 에너지 소비는 줄이는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후진국형 에너지 소비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내놓고 산업·건물·수송 부문에서 전방위 에너지효율 혁신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을 통해 2030년 최종에너지 소비량을 현재 대비 14.4%(2,960만TOE) 줄이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우선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61.7%) 부문 에너지효율 혁신을 위해 기업들이 자체 에너지 소비 개선 목표를 설정해 정부와 협약을 맺는 ‘에너지효율목표제’를 내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1년 도입하기로 했다. 연간 에너지 소비량이 2,000TOE가 넘는 전국 2,950개 사업장이 대상이다. ‘5년간 5% 개선’ 등 목표를 달성한 사업장을 우수 사업장으로 인증하고 5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하는데다 진단비용이 소요되는 에너지 의무진단을 면제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은 당해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전기요금의 3.7%)을 일부 환급해줄 계획이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처럼 규제를 통한 수요관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예전처럼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인센티브 형태의 정책이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건물 부문에서는 미국의 ‘에너지스타 건물’ 제도를 벤치마킹해 노후 건물에 대한 효율 평가체계를 마련한다. 건물 소유주가 소유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다른 건물과 직접 비교·평가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우수한 평가를 받은 건물에는 ‘에너지스타(가칭)’ 인정 마크를 부여해 차기 의무진단을 면제해줄 계획이다.

수송 부문은 차량의 연비 향상과 차세대 교통 시스템 확충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개발,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통해 승용차 평균 연비를 2017년 ℓ당 16.8㎞ 수준에서 2030년까지 28.1㎞로 67.3% 끌어올리기로 했다. 1대당 에너지 소비량이 승용차의 5배 수준인 중대형 차량에 대해서도 2022년까지 평균 연비 기준을 도입한다. 이용환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관은 “이번 정책을 통해 에너지 수입액은 10조8,000억원이 절감되고 에너지효율 분야 일자리는 6만9,000개가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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