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를 견디다 마지못해 투자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 보통의 우리네 모습이다. 당연히 투자수익률이 이자율보다 높아야 하지만 투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이럴 때 리스크는 제한되면서 적정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제안받는다면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파생형 금융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또는 파생결합증권(DLS)은 투자자의 이런 심리를 정확히 꿰뚫고 중위험·중수익 추구를 표방해 엄청난 기세로 시중 자금을 빨아들여왔다. 게다가 이들은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수익을 내는 구조로 만들 수 있는데 마침 근래 우리나라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렀던 터라 더 각광받았다. 올해 상반기에만 ELS와 DLS의 발행액은 각각 47조원과 15조원을 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최근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나 영국과 미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연계된 DLS가 큰 손실을 볼지 모른다는 뉴스가 나왔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DLS가 부실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컸던 한국과 홍콩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우려하기도 한다. 판매사가 상품에 대해 잘 설명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과 함께 가입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한 것 아닌가 하는 염려도 든다. 언제부터인가 ELS·DLS가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양 행세했으나 금융소비자라면 마케팅 프레임에 사로잡힌 것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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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ELS·DLS는 투자자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로 먼저, 구체적인 수익률을 제시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채에 투자하는 채권형펀드일지라도 제시할 수 있는 수익률은 없다. 과거의 펀드 성과나 변동성 등으로부터 수익률을 기대할 뿐이라 상당히 모호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ELS·DLS는 조건부이기는 하나 약정된 수익률을 명시한다. 상당히 명쾌해 보여 지적 자부심을 가진 투자자가 선호한다. 조건부로 100%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명확한 사실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난다.
둘째로 일반적인 투자는 성공과 실패의 확률이 반반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상대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훨씬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독일 국채금리 연동형 DLS의 대규모 손실사태를 들여다보면 ‘설마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겠어?’ 하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리스크가 낮은가. 이 DLS는 명백히 투자상품 위험등급이 ‘매우 높은 위험(1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또 ELS·DLS는 바라던 조건을 달성할 확률은 높을지라도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은 반면, 실패할 확률은 낮아도 손실률이 대단히 큰 것이 특징이다. 관련 사고가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발생했을 때 손실률이 큰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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