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장은 통신 기술 변화에 맞춰 10년 주기로 변화하고 있다. 1998년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스타크래프트’ 같은 온라인 게임이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이 당시 게임 공급자는 비디오 게임업체였고, 주요 수요자는 10~20대였다. 10년이 지난 2008년, 4G시장이 도래하면서 모바일 게임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고 모바일 게임 기업이 주요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주요 수요자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20대 이하 젊은 층에서 34세 이상으로 변화했다. 접근성이 용이한 모바일 게임은 수요자를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4G가 출시된 이후 11년 만에 5G시장이 열렸고 이제 게임시장은 클라우드 게이밍을 향하고 있다. 또 한 번의 주요 수요·공급자의 변화가 예고된 것이다. 클라우드 게이밍 시대의 새로운 공급자는 ‘비디오 게임 기업’과 ‘데이터 센터 기업’으로 나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데이터 센터’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게임 개발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를 함께 운영하기에는 비용과 기술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아마존의 아마존 웹 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와 같은 기술 집약적인 운영 시스템도 필요하다. 결국 게임개발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 기업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자본력을 동원한 데이터 센터 기업들의 게임개발 기업 인수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미디어 시장에서 AT&T가 워너 브라더스와 HBO를 인수하고, 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한 것과 같은 이유다. 독점 콘텐츠를 통한 차별화된 전략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B2C)에서 고객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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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기회는 데이터 센터와 게임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기업에 있다. 인프라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이자 트위치를 보유한 아마존이 아직 클라우드 게이밍 사업 계획을 상세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 센터 외에 엑스박스(Xbox) 등 다년에 걸친 게임사업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소니와 사업 제휴를 맺기도 했다. 이는 구글의 ‘스타디아(Stadia· 클라우드 게이밍)’를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으로는 소니·일렉트로닉 아츠·테이크 투 인터랙티브·액티비전 블리자드·캡콤·닌텐도 등이 있다. 게임 플랫폼에 관심이 많은 소니와 닌텐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은 자체 클라우드 게이밍 수요가 증가하거나 대형기업(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에 의한 인수합병 유인도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중요한 건 투자 타이밍이다. 너무 이른 투자는 자칫 거품에 휘둘릴 수 있다. 실제 수요 발생과 매출 증가율이 확인되는 시기를 기다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실적 보고서에 어떤 신규 항목이 추가되고 있는지, 그 증가율은 어떤지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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