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은 이달 초부터 상무·전무·부사장 등 기존 임원 직급을 폐지하고 직책 중심으로 제도를 바꿨다. 임원 호칭은 본부장 등 직책에 따라 달리 불리며 기존 직급 호칭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직책 없는 임원은 부사장으로 통일하고 임원끼리는 상하관계가 아닌 대등한 입장에서 소통한다.
명함도 당연히 바뀌었다. 명함에는 기존의 상무나 전무가 아닌 ‘Vice President(부사장)’를 새겨 넣는다. SK그룹 관계자는 “명함까지 바뀌었지만 직원들은 외부에 해당 임원을 칭할 때 여전히 ‘전무님’ ‘상무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외부 사람들 또한 바뀐 명함을 줘도 기존 직급대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며 “대내외적으로 호칭이 바뀌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기업의 거센 호칭파괴 바람으로 직장인들의 명함도 달라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업 직원들은 ‘사원-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이라는 직급을 명함에 새기고 다녔지만 지금은 ‘매니저’ ‘프로’ ‘책임’ ‘수석’ ‘PL(프로젝트리더)’ 등 이전과 다른 호칭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명함만 받아봐서는 해당 직원의 근속연수나 나이 등을 가늠하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노안인 신입직원과 동안인 5~6년차 직원이 외부에서 타사 직원에게 함께 명함을 건넬 경우 연차를 헷갈리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 같은 호칭파괴 문화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1월 ‘님’ 제도를 처음 도입한 CJ를 선두주자로 꼽는다. SK텔레콤(017670)의 경우 2006년부터 매니저 호칭을 사용해왔으며 본부장·실장·팀장 등 직책을 가진 직원만 호칭을 달리한다.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7단계 직급을 4단계로 단순화하고 별도 직책이 없는 한 상대방을 ‘님’이나 ‘프로’ 같은 수평적 호칭으로 부른다. 실제 삼성전자 직원의 명함에는 직급별로 ‘프로페셔널(Professional)’ ‘시니어프로페셔널(Senior Professional)’ ‘프린스플프로페셔널(Principal Professional)’ 등이 새겨져 있다.
현대차 또한 올 초 ‘이사대우-이사-상무’였던 3단계 직급을 ‘상무’로 단일화했으며 LG전자는 ‘사원-선임-책임’으로, 롯데그룹은 ‘사원-대리-책임-수석’으로 각각 호칭을 바꿨다.
이 같은 문화는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기업 사이에서는 매우 일반적이다. 카카오(035720)의 경우 의사소통의 장벽을 없애고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수평적 소통을 꾀하기 위해 서로를 영어이름으로 부른다. 다만 카카오 소속 직원 명함에는 ‘매니저’라는 호칭을 넣으며 전화번호 옆에 ‘라이언’ 같은 본인이 원하는 카카오 캐릭터를 넣을 수 있다. 게임업체인 넷마블 또한 ‘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엔씨소프트(036570)도 2년 전부터 대리·과장 등으로 부르던 직급을 모두 없애고 이름에 ‘님’만 붙여 호칭한다. 실제 엔씨소프트 직원들의 명함에는 별도 직책이 없을 경우 이름만 노출돼 있다.
다만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외부 투자를 받기 위해 명함에 높은 직책을 넣는 경우가 많다. 직원 대여섯 정도인 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나면 20대 후반 정도의 나잇대임에도 명함에 VP나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의 직급이 새겨져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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