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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한국 증시 조정, 과한 것일까?

최혜령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최혜령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금리 인하, 한일 무역전쟁 등 여러 부정적인 매크로 뉴스로 인해 1년 전 2,300이던 코스피지수가 1,960선까지 15% 정도 하락했다. 그렇다면 현재 코스피는 과거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 것일까. 또한 지수가 떨어졌다 해서 단순히 한국 시장이 15% 하락 평가받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주식시장의 상대적 가치를 가늠할 때 사용되는 투자자들의 실제 요구 수익률을 크레디트스위스 홀트(HOLT)의 분석을 통해 살펴보면,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실제 요구 수익률은 7% 정도다. 반면 글로벌 전체 주식시장의 요구 수익률은 4.89%다. 주식시장의 요구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주식이 그만큼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간 한국 주식시장은 글로벌 전체 주식시장보다 평균 4%포인트 정도 높은 요구 수익률을 유지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잘 넘기면서 이 격차가 평균 2%포인트로 줄어들긴 했지만 1년 전에도 우리나라의 요구 수익률은 7.15%로 4.8%인 글로벌 수치와의 차이가 2%포인트 정도로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즉 상대적 가격 차이는 별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 왜 이렇게 한국 주식시장이 유독 많이 조정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시가총액 차이로 인한 요구 수익률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재무관리의 기본이론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큰 주식은 시가총액이 낮은 주식에 비해 더 낮은 요구 수익률에 거래된다. 즉 큰 회사가 더 안전하기 때문에 당연히 더 낮은 요구 수익률을 요구받는다. 대마불사라는 격언과 비슷한 맥락이다.



가끔은 시가총액이 작은 주식이 높은 주식에 비해 더 낮은 요구 수익률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시가총액이 작은 주식을 선호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런 현상은 과거 IT 버블 시기에 갓 상장된 주식 중에서 메가 히트 주식이 나타났을 때 생기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구조의 변화 등으로 경제 구조가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지난 2년간 소형주를 대형주보다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완숙한 경제 구조에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회사들의 미래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선호가 몰리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올해 초 소형주 할인율이 대형주 할인율보다 낮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매크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지난 9개월간 소형주 쏠림 현상은 급격하게 정상 수준으로 완화됐다가, 6월부터는 대형주와 소형주의 요구 수익률 차이가 1.40%포인트로 역사적으로 가장 심한 대형주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시장의 전체적인 요구 수익률이나 선호도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대형주와 소형주 간 선호도가 지난 9개월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앞으로 거시적 불확실성은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이런 변동성 높은 한국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대형주와 소형주 그리고 가치주와 성장주 간의 시장 움직임에 맞는 자산 배분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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