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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율 턱밑까지 찬 금융권, 대출영업 몸사리기

[연말 가계대출 기근 온다]

가계부채 증가율 5%내로 제한땐

은행 가계 신용잔액 14조에 불과

DSR규제 여파 저축銀도 대출 조여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 내로 관리하겠습니다.”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가계대출의 절대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여전히 커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며 총량규제 및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총동원한 차주별 규제와 금융권의 가계여신을 통제하는 예대율 규제를 무기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은 후보자가 강조한 ‘3단 규제’는 이미 올 하반기 금융권 전반의 가계대출 영업 기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가계부채 증가율을 5% 이내로 제한할 경우 예금은행이 올 8월 이후 확대할 수 있는 가계신용 여력은 14조원에 불과하다. 5대 시중은행에서만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가계대출 잔액이 26조4,306억원 순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나눠 쓸 수 있는 대출 여력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당장 내년부터 도입되는 신(新) 예대율 기준에 맞춰 시중은행들은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자제하고 예수금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예대율은 대차대조표상 원화예수금 월평잔에 대한 원화대출금 월평잔의 비율로 신 예대율이 적용되면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 가중치를 15% 하향한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낮춰 은행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대다수 은행이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규제 수준인 100%를 넘어선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시중은행 예대율은 국민은행 97.7%, KEB하나은행 97.3%, 신한은행 97%, 우리은행 96.9% 등으로 이미 규제 수준에 근접해 있다. 대출금리가 2% 초반까지 떨어지며 상환 부담이 준 만큼 대출 수요도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신예대율 도입을 4개월 남짓 앞둔 시중은행들로서는 맘 놓고 대출 영업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금융권이 일제히 가계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 취약 차주부터 대출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할수록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난 반면 취약 차주의 비중은 크게 줄었다. 2015년 62.7%였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올 1·4분기 72.6%까지 늘어났지만 이 기간 중신용자는 28.8%에서 21.7%로, 저신용자로 8.5%에서 5.7%로 꾸준히 감소했다. 이 같은 분포는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구간별 대출 비중에서도 유사하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취급한 4% 미만 신용대출 비중은 전체 대출에서 67.5~83.3%를 차지한 반면 연 6% 이상 중금리 대출 비중은 0.6~10.6% 수준에 그쳤다. 금융당국이 중신용자의 금리 절감을 위해 업권별 가계대출 총량규제시 중금리 대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당근을 제시했지만 각종 규제로 여신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없게 된 시중은행들이 경기 하강에 대비한 보수적 여신 정책을 펴면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 셈이다.

취약 차주가 주로 몰리는 저축은행을 비롯, 제2금융권은 일찌감치 가계대출 영업이 움츠러들었다. 저축은행·협동조합·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6월 말 기준 317조7,000억원으로 올 상반기 역성장했다. 2·4분기 들어 5,000억원 순증으로 전환했으나 1·4분기 감소 폭이 3조5,000억원에 달했던 탓이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DSR 규제가 제2금융권까지 확대된 만큼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반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다주택자의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 수요는 누르고 중금리 대출 확대를 통해 금융소외계층의 대출 기회를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의도였지만 지금으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것으로 보인다”며 “각종 규제로 가계대출을 압박할수록 저신용·다중채무자들이 대출 기근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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