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 미국 제2공장을 설립하고 미주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낸다. 2005년 첫 진출 이후 14년 만이며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 시장이 정체를 거듭하는 가운데 두 자릿수를 성장률을 기록 중인 미국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기존 美 공장 3배…역대 최대 글로벌투자=농심은 LA 인근 코로나 지역 15만4,000㎡(4만6,500평) 부지에 2억 달러(약 2,431억원)를 들여 라면 공장을 설립한다고 3일 밝혔다. 농심이 해외에 건면과 생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 라면 시장에 대한 집념이 반영됐다. 미국 라면 시장 성장이 빨라 기존 LA 인접 지역인 랜초쿠카몽가의 제1공장 생산량으론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오는 2021년 가동 예정인 제2공장은 유탕면 생산 설비만 있는 기존 공장과 달리 유탕면 2개 라인(봉지·용기)과 건면, 생면 생산라인 등 총 4개의 생산라인을 설치한다. 농심은 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면 2025년까지 미주 지역에서 현재 2배가 넘는 6억 달러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심은 “현재 미국 동부지역인 시카고와 뉴저지에 물류센터가 있고 오는 10월부터는 댈러스에서도 새로운 물류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서부는 생산기지로 삼고, 동부는 주요 지역에 물류 거점을 세워 생산과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美, 4년 만에 2배 성장=농심은 해외시장에서 발군의 저력을 발휘하며 글로벌 시장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보고 있다. 국내시장이 출혈경쟁과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위기 등으로 주춤한 가운데 해외시장로 눈을 돌린다는 전략이다. 농심의 지난해 전체 매출(연결기준)은 2조3,000억원이며 이 중 해외매출이 7억6,000만달러(8,000억원)로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해외매출 가운데 중국(2억8,000만 달러), 미국(2억2,500만달러)이 1·2위를 다툰다. 특히 미국 시장은 지난 2014년 1억3,600만달러에서 올해 목표치가 2억5,500만달러로 4년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매년 20% 가깝게 성장한 쓴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미주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더욱 다양해지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라면, 美서 글로벌 브랜드로=농심은 12억 달러(1조3,000억원)규모 미국 라면시장에서 신흥강자로 통한다. 현재 농심의 미국 라면시장 점유율은 3위다. 1위는 일본의 동양수산(46%), 2위는 일청식품(30%), 3위가 농심으로 15%다. 농심은 10년 전 2%에 불과했던 미국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며 원조 격인 일본 라면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농심은 대표 제품인 ‘신라면’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지난 1971년 미국에 첫 라면 수출을 시작한 농심은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라면 공식 공급업체로 지정되면서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왔다. 2005년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과감한 투자의 결과 신라면은 2017년 업계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입점 됐고 농심의 미국 법인 매출도 성장세가 확대됐다. 농심에 따르면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주류 시장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4% 늘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 마트 매출을 앞질렀다. 농심 관계자는 “코스트코, 크로거를 비롯한 미국 메이저 유통사 전점에 신라면을 입점시키는 것을 목표로 영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리·박형윤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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