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그동안의 재정긴축 기조를 끝내고 교육과 의료, 치안 등에 20조원 이상 재정지출을 늘리기로 했다.
4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새 회계연도 재정지출 계획을 발표했다.
자비드 장관은 “새로운 경제적 시대는 새로운 계획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오늘 최근 15년 동안 가장 높은 지출 증가율을 통해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비드 장관은 이날 교육과 의료, 치안 등 국민의 우선순위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새 회계연도에 138억 파운드(약 20조3,000억원)를 추가 투입해 ‘인프라 혁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비드 장관은 “어떤 부처도 내년 예산 삭감이 없을 것”이라며 “모든 부처는 최소한 인플레이션에 맞춰 지출을 늘릴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얘기한 긴축정책의 종료”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지출 확대는 영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지난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에서 최근 1% 수준으로 줄어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야당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영국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같은 지출 확대 약속은 재정 신뢰성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비드 장관 전임자인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은 공공차입 규모를 GDP 대비 2% 이내로 유지하고 부채비율을 매년 낮추도록 하는 재정준칙을 세웠다.
자비드 장관은 오는 10월 말쯤 예상되는 정식 예산안 발표 때 재정준칙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출 확대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추진하는 조기 총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존 맥도넬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은 자비드 장관의 이번 지출 계획 발표에 대해 “추잡한 선거운동”이라며 “영국 국민들의 지능을 모욕하지 말라”고 말했다.
BBC 방송은 영국 경제가 2·4분기 0.2% 축소된 데다 3·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하면 공식적인 경기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정부가 재정준칙을 어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