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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창] 쉽게 끝나지 않을 무역 전쟁, 우리의 무기는 무엇인가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지난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산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섰을 때만 해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금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관세 경쟁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측이 적절한 선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기대가 더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 나라가 품목을 늘리고 세율을 올려가며 관세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 나라뿐 아니라 바로 옆에서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를 보면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혜택을 톡톡히 누려 온 우리 경제의 앞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최근 며칠간은 9월에 재개될 미중 양국의 협상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며 글로벌 증시도 다소나마 안정되는 모습이다. 일본이 포토레지스트에 이어 불화수소 수출을 허가하며 한일 무역 마찰과 관련된 우려 역시 처음보다 조금 완화되는 양상이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계속 이러한 해빙 무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퇴조를 부추기는 보호주의는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교역이 일어나는 곳 어디서나 보호주의의 요구도 뒤따랐다. 교역은 늘 특정 계층 또는 기존 산업에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의가 개최될 때마다 열리는 반세계화 시위, 멀리는 영국 동인도회사를 향한 양모 방직공들의 공격까지,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늘 존재해왔다.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저성장과 1980년대 이후 악화돼 온 국내의 소득격차 확대가 맞물려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따라 피해를 봤다고 느끼는 부문이 크게 확대되고 세력화됐다는 점이다. 트럼프와 아베가 대통령과 총리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변화 때문이다. 특히 성장률이 낮아지면 자유무역으로 인한 장기적인 이익보다 저임금 노동자가 감수해야 할 단기적인 비용을 강조하는 세력의 힘은 더 강해진다.



결국 우리나라도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퇴조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무역 마찰 이후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은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결정이다. 정부의 자금 및 제도적 지원은 경쟁에 바빠 뒤로 미뤄뒀던 기초 과학과 원천기술 개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특히 해외 우량 기업과 우수 인재를 조금 더 쉽게 유치할 수 있도록 한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단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이 있다. 2016년 예일대의 윌리엄 괴츠만 교수는 ‘금융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이른바 ‘니덤 수수께끼(근대 이전까지 가장 앞선 과학기술을 보유했던 중국이 19세기 이후 유럽·미국과 달리 과학기술 분야에서 도약하지 못한 이유)’의 핵심에 금융의 역할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앙집권화된 중국 정부가 새로운 기술에 대해 개인적 보상을 해줬지만 시장이 새로운 발상에 자금을 대는 것을 통제했고 이것이 결국 과학기술의 도약을 막았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그동안 자본시장을 통해 신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자금 흐름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파생금융상품 문제, 바이오 기업의 주가 폭락 문제, 일부 계층의 사모펀드 문제 등으로 자본시장의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커졌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자본시장과 이를 지키는 금융기관이 치열한 고민을 통해 과학기술의 우열을 가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역전쟁에서 우리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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