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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두달만에 인터넷銀 8곳 인가...'규제자체가 목적'인 한국과는 반대

[리빌딩 파이낸스 2019] 금융, 미래를 경영하다

<4·끝> 규제당국 변해야 미래금융 큰다

기준만 맞으면 자동으로 인허가

싱가포르 등 규제비용 줄이기 초점





지난 상반기 홍콩은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에 설립 인가를 내줬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에는 154개의 은행이 영업 중인데도 33곳이 각축전을 벌인 끝에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생긴 것이다. 중국 본토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틈새 대출시장 개척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알리바바·텐센트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싱가포르 역시 내년 1월까지 5개 인터넷은행에 대해 인허가를 내주기 위해 준비 중이고 은산분리 규제가 엄격했던 대만도 최근 비금융자본의 지분 제한을 대폭 완화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허가했다. 동아시아 지역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금융 경쟁의 격전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낸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대해 반려 처분을 내렸다. 당시 금융당국은 “키움은 혁신성, 토스는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외부평가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육성을, 금융감독원은 규제를 앞세우다 보니 이견이 생겨 애꿎게 불똥이 튀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국 간 규제 주도권 싸움이 제3 인뱅 무산으로 이어지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금융업은 담합 구조가 형성돼 이를 깨는 새로운 플레이어 육성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당국은 제3 인터넷은행 후보를 (설득력 없는 이유로) 막판에 탈락시켜버렸다”고 지적했다.



금융 선진국은 금융규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무한 경쟁에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규제 주도권을 놓고 한가하게 다투고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화 추세에 밀리면 회복이 어렵다는 위기감에 선진국 금융당국이 자국의 금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보다는 더 많은 경쟁과 혁신의 판을 깔아주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위기의식을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홍콩·싱가포르의 인터넷은행과 암호화폐산업 동향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금융도 혁신금융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며 “홍콩·싱가포르의 경우 금융정책·감독을 독립된 중앙은행이 하고 있고 다양한 ICT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의 금융혁신은 철저히 규제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선진 규제 당국은 규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합의하는 원칙을 만드는 것이 당국의 역할이자 존재의 이유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인터넷은행 인가 과정을 보면 각종 협회·소비자위원회·기술회사·전문가 등이 모여 함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당국은 이 원칙에 맞으면 예외 없이 인가를 내줬다. 그러다 보니 2개월 만에 기준을 통과한 8개 인터넷은행이 생겨난 것이다. 싱가포르 역시 기관별이 아닌 지불·환전·송금 등 기능별로 인허가 기준을 세우고 있어 원칙에만 맞으면 자동으로 인허가가 나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일일이 회사에 대해 인허가를 내주도록 해 당국의 예측 불가능한 재량권 행사를 용인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다. 하태형 수원대 교수는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규제 당국의 불투명한 재량권 행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각종 인허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천표 서울대 교수 역시 “금융 규제 샌드박스처럼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규제체제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금융은 ‘다람쥐 쳇바퀴 돌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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