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여름의 끝자락에 걸려있는 강원도 태백의 스피드웨이. 이 날은 스피드웨이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차를 만났다. 굉음을 내고 속도를 내는 슈퍼카들의 무대인 듯 보이는 스피드웨이를 이 날은 17.1마력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르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로 달렸다. 음식 배달이나 가까운 거리 이동용으로 알고 있는 트위지로 서킷을 달리는 것은 어찌 보면 큰 도전이다. 살짝 긴장한 기자에게 르노삼성 관계자는 “걱정하지 마시고 한번 타 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 겁니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먼저 슬라럼을 통과하면서 서킷 운전을 위한 기본기를 익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슬라럼은 고깔모양의 콘컵을 일정하게 배치하고 그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경기다. 트위지가 민첩하고 안전하게 코너링하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설명. 시승 당일 비가 추적추적 내려 노면이 젖어 있는데다 서킷 자체가 5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 노면이 고르지 못했지만 트위지의 바퀴는 노면을 강하게 붙들고 좌우로 빠르게 콘을 통과했다. 작은 체구임에도 강력하게 뿜어내는 순간 속력은 매력적이었다. 통상적으로 슬라럼 주행에서는 엔진의 출력보다 차량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은 자신있게 트위지를 투입했고, 이 차량은 500kg이 되지 않는 가벼운 무게와 저중심 설계가 합쳐져 슬라럼을 마음껏 누볐다. 트위지는 360도 회전부터 지그재그 코스까지 완벽하게 미션을 수행했다.
슬라럼 주행을 마치고 서킷 주행에 나섰다. 아무리 슬라럼으로 차와의 일체감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긴 주행거리를 사실상 최고속도로 장시간 달리는 데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서킷에 올랐다. 처음에는 차량이 혹시 기울어 균형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엑셀을 세게 밟기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서킷에서 날렵한 주행과 제동이 가능했다. 서서히 자신감을 갖고 직선코너에서 최고 속력인 85km/h로 속도를 올렸다.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급격한 코너링 구간도 상당히 빠른 속도에도 불구하고 쏠림없이 부드럽게 통과했다. 브레이크 반응도 밀림이 없었다. 작은 체구로 서킷에서 당당하게 주행하는 트위지의 모습은 무척 색다르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태백 스피드웨이의 트랙 2.5km, 6개 코너를 트위지는 훌륭하게 운행했다.
사실 트위지의 스펙은 소소하다. 트위지는 ‘오토바이’와 ‘소형차’의 중간 성격을 띄고 있다. 13㎾ 전기 모터를 품고 최고출력 17마력, 최대토크 5.9㎏·m를 낸다. 공차 중량이 475㎏에 불과하고, 휠베이스가 1,686㎜로 짧다. 앞뒤로 시트가 구성돼 2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무게중심이 낮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충전기 없이 가정용 220V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다. 배터리를 완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반가량으로, 1회 충전 시 50~7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번엔 캠핑카 ‘르노마스터’에 도전했다. 일반 승용모델이나 SUV가 아닌 특징을 갖고 있는 차들이 서킷에서 어떤 성능을 낼 지 궁금했다. 차에 타자마자 당황스러웠다. 클러치를 밟아 운전하는 수동모델이었던 것. 거대한 13인승 밴, 첫 클러치 주행. 긴장될 법도 했지만 흥미가 붙었다. 먼저 인스트럭터는 르노마스터로 서킷 사파리를 진행했다. 무게 중심이 높아서 뒤뚱거릴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안정적인 코너링을 선보였다. 같은 차량에 탄 기자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상용 밴의 특성상 좌우 쏠림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균형을 바로 유지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후 다시 슬라럼으로 이동했다. 이제는 직접 운전해야 할 차례다. 클러치 운전을 경험해 본 적은 없었지만 인스터럭터에게 간단한 설명을 듣고 운전대를 잡았다. T자형 구간, 구간변속, 코너링 등을 익혔다. 이 코스에서는 클러치 작동이 미숙해 몇 번이나 시동이 꺼졌다. 르노마스터는 오토 기능이 있어 시동이 꺼져도 클러치를 다시 누르면 시동이 바로 켜진다. 하지만 연습을 위해 그 버튼을 끈 채 운전했고, 결국 모든 코스를 완주하며 5번의 시동 꺼짐을 경험했다. 마지막 코스를 끝내고 자신감이 한껏 솟아 “1종 보통 면허 취득이 문제없을 것 같다”며 들떠있는 기자에게 인스트럭터는 “1종 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원을 다니라”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당부했다. /태백=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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